[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통합 국군사관학교, AI 시대 장교는 달라야 한다

 
국방부 사진연합뉴스
국방부 [사진=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를 하나로 묶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논의가 본격화됐다. 정부는 내달 공청회와 정책설명회를 거쳐 연내 관련 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새 교육체계의 핵심은 '2+2 제도'다. 생도들은 1·2학년 동안 통합 캠퍼스에서 함께 교육받고, 3·4학년에는 각 군으로 나뉘어 전문 교육을 받는다. 합동성은 강화하고 군종별 전문성은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치권과 군 안팎에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각 군의 역사와 전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 미래 전장 환경에 맞는 불가피한 개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권의 정책이냐, 기존 제도의 유지냐를 놓고 다툴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군이 앞으로 어떤 장교를 길러낼 것인지에 대한 국가 전략의 문제다.
 
현대전은 이미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은 드론, 인공지능(AI), 위성, 사이버전, 전자전이 하나의 전장을 구성하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줬다. 육군은 지상, 해군은 바다, 공군은 하늘을 각각 맡는 방식만으로는 미래 전쟁을 설명할 수 없다. 하나의 작전 안에서 여러 영역을 동시에 이해하고 통합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장교에게 요구된다.
 
국군사관학교 창설의 핵심도 학교를 하나로 합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장교를 키우는 방식을 미래 전장에 맞게 바꾸는 데 있다. 생도들이 입학 단계부터 함께 생활하고 토론하며 서로 다른 군종의 특성을 이해하고 합동작전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은 앞으로 군이 갖춰야 할 기본 역량이다. 이후 3·4학년에서 각 군의 전문 교육을 강화하는 '2+2 제도'는 합동성과 전문성을 함께 확보하려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볼 수 있다.
 
교육 효율성 역시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현재 육·해·공군 사관학교는 약 2900명의 생도를 양성하기 위해 약 3000명의 지원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정의 상당 부분도 중복된다. 국방부는 교육 내용의 약 70%가 공통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국 대학들이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군 교육기관만 예외일 수는 없다. 중복 투자를 줄이고 절감된 재원을 AI 교육과 첨단 실험시설, 우수 교수진 확보에 투입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정부가 제시한 방향도 시대 변화와 맞닿아 있다. AI 기반 전 영역 작전 교육을 강화하고, 민간 교수 비율을 현재 24%에서 50% 이상으로 높여 국립대 수준의 처우를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전 자운대에 스마트 캠퍼스를 조성해 국방과학연구소와 KAIST 등 연구기관과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미래형 군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검토할 가치가 충분하다.
 
물론 개혁의 필요성이 추진 방식의 정당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각 군 사관학교가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역사와 전통, 조직문화는 장교들의 자긍심을 형성해 온 중요한 자산이다. 이를 단순한 기득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청회와 정책설명회도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군 안팎의 우려를 충분히 듣고, 군종별 전문성과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혁에 대한 신뢰도 얻을 수 있다.
 
국군사관학교는 사관학교를 없애자는 논의가 아니다. AI 시대에 걸맞은 장교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선택이다. 미래 전장을 이끌 인재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 교육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변화는 시대가 요구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이번 개혁 역시 충분한 사회적 공감과 치밀한 준비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국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완성돼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