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KOTRA)의 210억원 규모 'AI 무역투자 플랫폼 구축' 사업이 입찰 마감을 하루 앞두고 중단됐다. 중소·중견 소프트웨어(SW) 업계의 반발에도 대기업 참여의 길까지 열어줬던 사업이지만, 반도체 가격 인상을 이유로 사업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13일 IT업계에 따르면 코트라는 지난 6일 '코트라 지능형 무역투자 플랫폼 구축' 사업 발주를 중단했다. 제안서 마감일인 7일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해당 사업은 무역투자24·바이코리아·인베스트코리아 등 분산 운영 중인 7개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거대언어모델(LLM)·검색증강생성(RAG) 기반의 고객데이터플랫폼(CDP)을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총 사업비 210억원, 사업기간 30개월 규모로 지난 5월 15일 제안요청서(RFP)가 공시됐다.
이 사업은 발주 단계부터 논란이 있었다. 소프트웨어 진흥법 제48조에 따라 삼성SDS 같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공공 SW사업 입찰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하지만 코트라는 이 사업을 민간이 서비스하기 부적합한 '기타보안' 사업으로 지정받아 대기업 참여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공공 SW 조달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코트라 측은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아닌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클라우드 이용료가 당초 예상보다 높아져 사업 수행업체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사업비와 과업을 현실적으로 조정해 재공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기가비트(Gb) 고정거래가격은 5월 20달러에서 6월 21달러로 올랐으며, 이달 1일 현물시장 가격은 36.10달러를 기록했다. 서버용 D램은 2분기에도 20% 수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업계는 사업 취소의 가장 큰 배경으로 삼성SDS의 입찰참여 철회를 꼽는다. 삼성 외에 LG CNS 등도 일찌감치 사업 참여를 고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 입장에서 210억원 규모 사업의 수익성이 크지 않은 데다, 주요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원가 부담까지 커진 상황에서 '중소기업 시장 침해'라는 여론 리스크마저 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코트라 측은 "기타 안보상 이유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대기업 제한을 해제한 것이지 특정 기업의 참여를 염두한 사업이 아니다"며 "발주기관과 수행업체 모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마감 전날까지 제안서를 준비했던 중소·중견기업에 돌아갔다. 통상 이 정도 규모의 공공 SW사업은 사전 컨설팅과 제안서 작성 등에 업체당 억대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안 준비를 사실상 마친 업체들로서는 투입 비용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 셈이다.
사업 명분도 무색해졌다. 코트라는 7개 플랫폼이 개별 운영돼 구조가 복잡하고, 현재 시스템 형태로는 AI 도입이 어렵다는 점을 통합사업의 취지로 내세웠다. 사업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무역투자 플랫폼의 AI 전환 역시 함께 멈춰서게 됐다.
해당 사업에 입찰을 준비했던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다수의 중소·중견기업이 210억원의 예산에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나섰고 억 단위의 돈을 제안서 준비에 사용했다"며 "사업비가 문제라면 재차 사업설명회를 열고 예산을 현실화해도 될 일이다. 논의 없는 일방적 취소 통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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