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으로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이스라엘을 강력 지지해온 람 이매뉴얼(67) 전 시카고 시장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노선을 비판했다. 이매뉴얼 전 시장은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저돌적인 업무 스타일로 '람보'라는 별명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C-SPAN에 따르면, 이날 텔아비브대에서 열린 연설에서 이매뉴얼 전 시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정부의 강경 노선에 대해 비판했다. 이매뉴얼 전 시장은 "지난 5년간 이스라엘은 (창업과 혁신을 진흥하는) 스타트업 국가에서 현대판 스파르타(고대 그리스 시대 패권국) 같이 변했다"면서 "기술적 역량으로 유명한 나라가 이제는 영토적 왕따(territorial pariah)가 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미국은 맹목적으로 조용히 이스라엘 정부를 지지해왔다"면서 "그것은 우리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무조건적으로 지지를 하니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의 우려를 무시하고 지역 전쟁을 일으키더라도 정치적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매뉴얼 전 시장은 이어 "2022년 미국인의 55%가 이스라엘을 좋아했는데, 오늘날은 이 수치가 37%로 떨어졌으며, 미국과 유럽의 청년층에서는 호감도가 더 낮다"고 꼬집었다. 같은 맥락으로 이매뉴얼 전 시장은 미국 납세자의 세금으로 이스라엘의 국방 예산을 지원하는 것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권 교체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국민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하마스 수장 무함마드) 신와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이) 모두 사망했지만, 이스라엘은 어느 때보다 전략적으로 고립됐고, 이는 안보의 토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설에서 이매뉴얼 전 시장은 아랍 연맹 21개 회원국 모두와의 완전한 외교관계를 기반으로 한 '23개국 해법'을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주권 가능성을 인정하고 서안지구 합병을 포기하는 대신, 이스라엘이 아랍 연맹 국가 모두와 외교관계를 맺고 중동의 일원이 된다는 논리다. 그는 이 방안이 이스라엘의 적국인 이란에게는 '최악의 악몽'이 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제기한 아랍 평화 구상과 큰 틀에서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이매뉴얼 전 시장의 이번 연설이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그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열렬한 이스라엘 지지자였기 때문이다. NYT는 이매뉴얼 전 시장이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지지해 온 인물로 상당한 신뢰를 얻어왔다고 분석했다. 이매뉴얼 전 시장의 아버지는 예루살렘 태생으로 이스라엘 독립 전쟁에 참전했으며, 이매뉴얼 본인은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과 맺은 오슬로 협정 당시 클린턴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다. 그는 또 2000년 캠프 데이비드 평화 회담 때도 비공식적으로 활약했다. 그는 또 오바마 정부 시절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며 '하마스'라고 부른 이력도 있다고 미 의회 전문지 더힐은 보도했다.
이번 연설을 앞둔 7일 이매뉴얼 전 시장은 소셜미디어 엑스(구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유대인으로 한 평생 이스라엘을 지지한 정치인이 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지를 설명한 것이다. 그는 "나는 누구에게 아첨하러 온 것이 아니다"면서 "진정한 친구라면 서로에게 힘든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매뉴얼 전 시장은 다음 미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앞서 그는 지난달 9일 대선 레이스 초기 격전지로 꼽히는 뉴햄프셔의 주도 콩코드를 찾아 유권자를 만나는 한편, 중산층의 물가와 세금 체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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