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글로벌 증시를 이끄는 핵심 투자 테마로 자리 잡은 가운데, 앞으로는 AI 자체보다 AI가 실제 산업을 어떻게 바꿀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투자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 다음 투자처로 부상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김승현 하나자산운용 ETF·퀀트솔루션본부장은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AI를 만드는 이유는 결국 기존 산업에 활용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AI를 활용했을 때 가장 주목받는 산업이 어디일까를 보면 메디컬 관련 분야가 여러 산업 가운데 가장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AI 가속화될수록 의료 산업 생산성도 높아질 것"
김 본부장은 지난해부터 하나자산운용 ETF·퀀트솔루션본부를 이끌며 1Q ETF 전략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15년 이상 증권사와 운용사를 거치며 상장지수펀드(ETF) 분야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그런 김 본부장이 가장 주목하는 투자 테마는 메디컬이다. 그는 "신약 개발이나 로봇 수술,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의료 등은 AI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라며 "AI가 가속화될수록 의료 산업의 생산성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지컬 AI도 눈여겨봐야 할 분야로 꼽았다. 김 본부장은 "공장 자동화와 피지컬 AI 등 역시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분야"라며 "인건비 상승과 효율성 증대 측면에서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가 점점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이 확대되면 AI칩의 성능과 활용도가 높아지고,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등 AI 활용 산업도 더욱 빨리 확산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하나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미국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1Q 미국메디컬AI'를 상장했다. 7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해당 ETF는 템퍼스AI(25.14%), 리커젼 파마슈티컬스(15.01%), 인튜이티브 서지컬(7.73%) 등을 주요 편입 종목으로 담고 있다. AI와 의료가 결합해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를 선제적으로 공략한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반도체·AI 사이클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최근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피크아웃'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김 본부장은 AI와 반도체 사이클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봤다. 그는 "반도체 사이클이 2~3개월 안에 끝날 것으로 보기보다는 메모리 반도체와 AI 수요가 훨씬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단기간에 끝날 사이클이라기보다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판단은 ETF 상품 구성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1Q K반도체TOP2+'와 '1Q K반도체TOP2채권혼합50' 을 운용하며 순자산 규모를 5000억원 이상으로 키웠다. 두 상품 모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상위 두 종목 비중을 높게 반영했으며 총보수율은 각각 0.20%, 0.01%로 동종 상품 대비 낮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1Q K반도체TOP2+ 기초지수를 리밸런싱하며 SK스퀘어와 삼성전기를 신규 편입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투자자들이 단기 투자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보수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했다"며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투자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결과 관심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ETF 시장, 쏠림이 너무 심하다"
국내 ETF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는 '쏠림' 현상을 지목했다. 김 본부장은 "여러 측면에서 쏠림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쏠림은 수익률이 좋을 때는 장점이 있지만 변동성이 커질 때는 오히려 그 점이 시장 변동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분산투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특정 한 곳에 집중하기보다는 국가와 섹터, 일부 원자재, 채권혼합형 등으로 자산을 분산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권했다.
아울러 "파킹형 ETF 등 현금성 자산도 5~10% 정도는 보유하는 것이 대비를 잘하는 전략이 아닐까 한다. 성장주로만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것은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분산투자가 어렵다면 현금 비중을 일부 확보하는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적배당형 확대'로 ETF 성장 이어질 것"
국내 ETF 시장은 순자산총액이 약 500조원에 달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 본부장은 시장의 성장 여력이 여전히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퇴직연금 자금 유입이 시장 확대를 이끌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원으로 500조원을 돌파했고, 실적배당형 비중도 3년간 두 배 성장했다"며 "퇴직연금에서 ETF를 포함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자금 이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적배당형 비중이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면 퇴직연금 시장에서만도 매년 수십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ETF 시장의 성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상품 전략과 관련해서는 "AI를 활용해 새로운 성장 산업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채워 나가야 할 라인업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배당과 커버드콜, 인컴형 상품은 물론 최신 산업 동향과 산업 발전 상황을 반영한 혁신 테마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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