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순위가 사상 처음으로 세계 13위까지 밀려났다.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대규모로 매도하면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데다, 다른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영향이 겹친 결과다. 외국인 자금 유출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560원을 위협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당국의 대응 여력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73억6000만달러로 세계 13위로 집계됐다. 외환보유액 순위는 지난해 말 9위에서 지난 2월 말 처음으로 12위까지 밀려난 데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한 단계 하락했다.
올해 이어진 고환율에 대응하기 위한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외환보유액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당국은 지난해 4분기 224억6700만달러를 순매도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36억28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외환당국은 2024년 4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순매도를 이어왔으며,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453억5200만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환율 방어 조치는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4280억5000만달러에서 올해 1분기 말 4236억6000만달러로 줄었다. 다만 외환보유액은 시장 개입뿐 아니라 달러화 가치 변동과 외화자산 운용 수익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특히 지난 2월 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에 나섰다. 이에 따라 3월 한 달 동안 외환보유액은 39억7000만달러 감소해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고환율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순위가 비슷한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점도 순위 하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10위권 밖이었던 싱가포르는 외환보유액을 늘리며 10위권 안으로 진입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1560원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펀더멘털보다 수급 측면의 상방 압력이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시 상승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 실현 매물이 늘어난 데다 일부 글로벌 펀드의 리밸런싱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49조464억원을 순매도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상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1484.6원)을 적용하면 약 1004억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누적 무역흑자가 1383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지만, 외국인 자금 유출 규모 역시 이에 맞먹는 수준으로 커지면서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보증권은 한은이 실개입 규모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개입 패턴과 외환보유액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시장 안정화에 활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은 최대 500억달러 안팎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의 경우도 환헤지 규모를 뉴프레임워크 도입 이후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4월 기준 해외투자 잔액과 과거 환헤지 비율(15~20%)을 적용하면 최대 700억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위재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외환당국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달러 매도 개입과 국민연금의 환헤지 유도를 통해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있지만 가용 규모가 크지 않다"며 "외국인 리밸런싱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경우 대응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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