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12세 미만 아동에게 처음으로 안락사가 시행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존엄한 죽음'을 둘러싼 생명윤리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안락사 허용 범위를 점차 확대하는 반면, 다른 국가들은 완화의료와 돌봄 체계 강화에 무게를 두면서 각기 다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소피 헤르만스 네덜란드 보건장관이 최근 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지난해 말 12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안락사 사례가 감독기구에 보고됐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해당 아동의 나이와 성별, 질환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사례는 네덜란드가 2024년 안락사 적용 범위를 12세 미만 아동으로 확대한 이후 처음 확인된 사례다. 개정 규정에 따르면 불치병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를 완화할 다른 합리적 방법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안락사가 가능하다.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나 법정대리인의 동의 또는 협의가 필요하다.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안락사를 제도화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1970년대부터 안락사를 처벌하지 않는 판례가 축적됐고, 2002년에는 성인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허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왔으며 현재는 전체 사망자의 5% 이상이 안락사를 통해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락사 제도 확대는 다른 국가들로도 이어지고 있다. 벨기에는 2014년 안락사의 연령 하한을 폐지했다. 이후 지금까지 18세 미만 미성년자 안락사 사례가 6건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는 불치성 뇌종양을 앓던 9세 아동과 근위축증 환자인 11세 아동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일부 국가에서는 제도 확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캐나다는 2016년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조력사망(MAID)을 합법화한 데 이어 2021년에는 회복이 불가능한 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나 이후 빈곤이나 주거 불안, 돌봄 부족 등 사회경제적 이유 때문에 조력사망을 선택했다는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최근 캐나다 의회 위원회는 정신질환만을 이유로 한 의료조력사망 허용을 무기한 보류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에서도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말기 환자의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심의가 마무리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노동당 소속 로런 에드워즈 의원은 같은 내용의 법안을 다시 제출했으며 영국 하원은 오는 9월 해당 법안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법안은 기대여명이 6개월 이하인 성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을 담고 있다.
대만은 최근 중증 유전성 신경질환 환자가 스위스로 건너가 조력사망을 선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논의가 촉발됐다. 다만 대만 정부는 안락사 합법화 대신 완화의료와 장기요양 서비스, 환자의 자기결정권 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우루과이는 지난해 '존엄한 죽음법'을 통해 안락사를 허용했으며, 콜롬비아는 1997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2015년부터 관련 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멕시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상당수 중남미 국가는 여전히 안락사 합법화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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