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합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 '발품'은 20~30대 기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 사람을 만나고 목소리를 기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경제·산업·정치·사회·부동산·문화를 가르지 않고, 삶과 맞닿은 모든 현장을 추적합니다. 문제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끝까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발품'은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기 위해 한 번 더 확인하고 집요하게 묻겠습니다. 독자가 미처 닿지 못한 곳까지 대신 걸어가겠습니다.
육군 수도군단에서 임신한 여군에게 규정을 위반한 조기 출근 강요와 폭언·욕설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고 피해 여군은 반복적인 하혈을 겪다가 결국 유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군법무관 출신 및 군인권 활동을 해온 5명의 변호사와 이 사건의 법률적 쟁점을 짚었다. 이들은 군형법상 가혹행위죄 적용 가능성을 높게 봤으며, 우선 군 내부 징계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고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22일 아주경제 탐사보도팀 취재를 종합하면 육군 수도군단사령부는 최근 부서장인 A 중령이 부하 장교들에게 부당한 지시와 폭언을 일삼았다는 의혹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이다. A 중령은 진급을 앞둔 B 소령과 C 대위 등에게 "펜 한 번 휘둘러 볼까"라며 지휘관의 평정권을 무기로 삼아 부조리를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C 대위의 경우 임신 사실을 알렸음에도 규정을 위반한 조기 출근과 부당한 업무 지시, 엎드려뻗쳐 등의 부조리를 강요받았으며 장기간 지속된 직장 내 괴롭힘 끝에 결국 유산에 이르게 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징계 수위와 관련해 변호사들은 강등 이상의 중징계가 유력할 수 있다고 봤다. 군검사 출신의 변경식 법무법인 일로 대표변호사는 "폭언·성희롱·직권남용 등 다수의 비위 행위가 있고 피해자가 2명 이상이며,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징계 가중 요소에 해당해 기본 징계인 정직이나 감봉을 넘어 강등 이상의 중징계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파면 여부는 △인과관계 입증 여부 △피해자 의사 △가해자의 대응 태도 등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군 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하주희 법무법인 율립 대표변호사는 "사건 자체는 공분을 살 만한 중대 사안이지만 무조건 파면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형사처벌과 관련해서는 공통적으로 A 중령의 행위가 군형법 제62조 가혹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임신 중 모성보호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규정 위반 사실 자체가 위력 행사나 직권 남용의 강력한 근거가 된다는 지적이다. 하 변호사는 "직권남용 가혹행위로 인정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위력행사 가혹행위로 인정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이 가혹행위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추세인 점을 고려할 때, 임산부에게 매일 조기 출근 등 부당 업무 강요는 직권남용 가혹행위 또는 위력행사 가혹행위 중 하나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군검사 출신의 배연관 법무법인 YK 파트너변호사 역시 "평정권을 휘두르겠다는 압박과 함께 임산부에게 무리한 조기 출근을 매일 강제한 것은 위력을 행사한 가혹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산이라는 중대하고 비극적인 결과가 발생한 상황"이라며 향후 수사와 법리 판단이 엄격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방위사령부 인권 자문 변호사를 역임한 유왕현 법무법인 우원 변호사는 "해악을 고지하여 상대방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만든 경우 강요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특히 임산부 장교에게 부당하게 엎드려뻗쳐를 지시한 행위는 강요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군형법에서는 가혹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 건장한 남성 사병이나 부사관 등에게 엎드려뻗쳐를 지시하는 것과 임신 사실을 알린 임산부 장교에게 이를 지시하는 것은 정도의 차이가 매우 심하다는 것이다.
또한 주먹을 불끈 쥐며 "내 권력을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위협한 행위는 공갈 내지 협박에 해당할 수 있으며,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는 등 구체적 행위 양상에 따라 폭행으로 인정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이자 검사 출신인 송승환 솔루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형법상 강요죄는 단순히 해악을 고지하는 협박에 더해 의무 없는 일을 요구했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성립하는 반면, 이 건에 적용될 수 있는 군형법상 가중처벌 협박은 강요와 법정형(5년 이하의 징역 등)이 유사하므로 수사 실무상으로는 입증이 더 수월한 가중처벌 협박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직권남용 성립과 관련해서는 의무 없는 일에 대한 입증 필요성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유 변호사는 "직권을 남용하여 상대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면 직권남용이 성립할 수 있다. 다만 군인은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할당된 업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지시받은 업무가 정말로 할 필요가 없었거나 해서는 안 되는 의무 없는 일이었는지는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어 추가적인 조사와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첨언했다.
나아가 변호사들은 형사처벌 및 징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가혹행위와 유산 간의 인과관계 입증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하 변호사는 "감찰 결과나 병원의 특별한 소견 등을 통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가혹행위에 대해 더 중하게 처벌될 수 있으며, 향후 피해자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에도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 변호사는 "유산의 원인은 다양하므로 의료적 규명이 필요하며, 단순히 폭언과 욕설 때문에 유산됐다고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하급자가 임신 사실을 알렸음에도 몸을 쓰는 부당한 업무를 부여한 사실 등이 있는 만큼 괴롭힘 행위가 유산이라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송 변호사 역시 "가해자의 가혹행위로 인해 유산이 발생했더라도 법정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며 "따라서 유산이라는 결과는 상해죄 등 별도의 범죄를 구성하기보다는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양형상 고려 요소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앞으로 군 수사기관이 가혹행위의 지속성과 모성보호 침해의 강도를 얼마나 촘촘하게 증명하느냐에 따라 A 중령의 징계 수위가 판가름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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