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반대매매 1조원…경고음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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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은 주식 투자자들에 위기이자 기회의 단어다. 작고 촘촘한 출렁임에 만족하는 투자자도 있겠으나, 극심한 출렁임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더 많은 게 증시다. 그 출렁임을 미리 예측하고 투자하는 순간, 수익은 급격히 늘어난다. 채권보다 주식이 상대적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 이유도 이것이다. 

최근 1주일 코스피의 변동성은 역대급이다. 지난 2일 8800을 넘었던 지수는 지금 7700대까지 떨어졌다. 하락폭은 1100포인트가 넘는다. 이마저도 종가 기준이다. 요 며칠 장중 지수는 7400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하는 등 울렁증이 일 정도다. '롤코장'(롤러코스터 장세)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한국 증시가 역사상 최고 호황기를 맞은 건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8천피'의 기쁨에 취해 지수 차트의 이면에 담긴 개인투자자들의 아우성을 간과해선 안된다. 최근 시장이 보여준 모습은 '빚투'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수백 포인트씩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는 가운데, 지난 한 달간 반대매매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하루 반대매매 규모가 1700억원에 육박했고, 3거래일 연속 1000억원을 웃도는 강제청산이 발생했다. 주가 하락이 반대매매를 부르고, 반대매매가 다시 추가 하락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투자자들의 행태다. 시장이 흔들리면 위험 관리를 우선해야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를 저가매수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3조원에 육박하며 3년 7개월 만의 최고 수준까지 늘어났다. 연 6% 안팎의 이자를 부담하면서도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것은 향후 수익률이 이를 웃돌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기대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진 상황에서 빚을 활용한 투자는 수익보다 손실을 몇 배 더 빠르게 키울 수 있다.

단순히 일부 투자자의 무리한 선택으로만 치부할 문제도 아니다. 금융당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이후 국내 증시는 개인투자자의 직접 참여가 크게 확대됐고,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ETF 규모도 급증했다. 그 과정에서 당국은 시장 활성화와 투자 저변 확대에 집중했지만 과도한 레버리지 확대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 관리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종목에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된 현상은 시장 건전성 측면에서도 경고 신호다. 특정 종목에 쏠린 빚투 자금은 상승기에는 상승폭을 키우지만 하락기에는 시장 전체를 흔드는 진원지가 된다. 최근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연이어 발동되고 서킷브레이커까지 등장한 배경에도 이러한 레버리지 쏠림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금융당국은 '과열'이란 단어를 좀처럼 쓰지 않는다. 증시 상승세가 곧 정부의 성과와 등치되는 상황을 즐기는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시장 과열과 레버리지 위험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신용공여 한도와 증거금 규정이 현 시장 상황에 적절한지 살펴보고, 특정 종목이나 특정 ETF에 과도한 신용자금이 집중될 경우 경고 체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태도다. 강세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역사적으로 과도한 레버리지가 쌓인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렸다. 1630년대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부터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금융시장의 위기는 늘 과도한 낙관과 빚에서 시작됐다.

상승장은 투자자에게 기회를 주지만, 빚은 그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 증시가 보내는 반대매매 급증과 변동성 확대라는 경고음은 단순한 시장 조정의 신호가 아니다. 투자자와 금융당국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할 위험의 신호다. 시장의 활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시장의 안정과 투자자의 지속 가능한 참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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