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못 했다" 국가배상 받을 수 있을까…과거 200만원 판결

  • 선거권 침해 사건서 100만~200만원 배상 인정

  • 법조계 "참정권 침해 따른 손해배상 청구 가능"

  • 공무원들 "투표 중단 우려" 선관위에 보고 정황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지방선거에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일 치러진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에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 송부한 투표소는 전국 1만 4288개 중 67개소로 파악됐다.

서울 35개, 부산 8개, 대구 7개, 인천 6개, 울산 3개, 경남 8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추가 송부했고, 서울 자치구에서는 송파구가 15개로 가장 많았다.

이 중 실제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개, 투표용지가 부족해 잠시 투표가 중지됐다가 재개한 투표소는 22개로 집계됐다.

과거 유사 사례에서는 공무원의 과실로 투표권을 침해받은 유권자에게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의 배상이 인정됐다.

지난 2015년 대전지법은 수형인 명부에 죄목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잘못 기재해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지 못한 부녀에게 국가가 각각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들의 수형인 명부 기재 업무를 담당한 대전지검 수형계 담당 직원은 재판 진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이를 전산에 입력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직무상 의무를 게을리한 채 구 지방교육자치법 위반죄로 형을 선고받은 원고들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잘못된 내용의 수형인 명부를 기재해 그 직무 집행을 그르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현재 선거범으로서 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형이 확정되거나 징역형의 선고를 받고 집행이 종료된 후 10년을 경과하지 않은 자는 선거권이 없다.

지난해 부산고법은 발달장애인 유권자들이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 과정에서 투표보조 등 편의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각각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면서 "투표사무원들은 원고들의 투표보조 요청을 거부하고 일부 원고들에 대해 사전투표관리매뉴얼에 반해 원고들의 투표를 보조하는 자의적인 조치를 했다"며 "위자료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도 국가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번에도 공무원이 위법하게 직무를 수행해 개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이고, 서너 시간 기다렸다가 투표를 한 유권자라고 하더라도 시간적 피해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표권 침해의 경우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액을 조금 더 크게 잡을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다만 소송 과정에서 드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실제 배상액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6·3 지방선거에서 현장에 지원 투입돼 투표 사무원으로 일한 공무원들이 투표 종료 몇 시간 전부터 "투표용지가 부족하다"고 중앙선관위에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는 본투표일에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일한 송파구 공무원들과 선관위 직원 150여 명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채팅을 지난 5일 일부 공개했다. 잠실7동 제2투표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일어난 곳이다.

채팅방에는 "투표소 서기들은 용지 부족할까 봐 연락이 오는데, 저희는 우선 선관위에서 모니터링한다고 답변만 드리고 있고 확답을 못 하고 있다", "경찰 지원 요청하는데, 불러도 되냐. 현장에서 너무 고충이 심각하다", "부정선거 의혹 등 항의가 엄청 심하다" 등의 단체 대화 내용이 담겼다. 

또 "(투표용지) 35매 남아있고 대기도 많다" 등 잔여 투표용지가 얼마 남지 않았단 내용의 메시지와 함께 "곧 투표 중단해야 한다. 빠른 조치 부탁드린다", "선관위 답변 부탁드린다. 투표 중단된 동은 선거인에게 대기표 나눠드리고, 6시 이후에라도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해도 되냐" 등 선관위에게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도 있었다.

공무원 노조는 "현장의 혼란과 시민들의 항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닌 선거 업무를 지원하던 지방공무원들이 감당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선거 당일 투입됐던 공무원들은 투표일 장시간 선거사무뿐 아니라 공보물 분류·포장·운반 등의 각종 지원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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