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삼전닉스'가 쏘아 올린 공 ..성과급 후폭풍 차단할려면

임병식 논설위원
[임병식 순천향대 초빙교수]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잔치’가 초래한 후폭풍은 간단치 않다. 노노갈등 촉발은 물론이고 계열사와 다른 대기업으로까지 불붙고 있다. 아득한 격차 때문에 중소기업은 절망적이고, 주주들 또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오죽하면 밑바닥 노동자 생활을 경험한 이재명 대통령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했을까 싶다.

삼성전자 노조 합의대로라면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최대 6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는다. 적자 사업부 직원에게도 최소 1억 6,000만 원의 특별경영성과급이 지급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10년간 전년도 영업이익의 10%를 나눠주기로 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 덕에 직원들은 억 소리 나는 성과급을 받게 된 것이다.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250조 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직원들은 1인당 평균 7억 원을 받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2~3년만 다녀도 로또 1등에 당첨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사안이 특정 사업장을 넘어 우리 경제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물론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AI와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우수 인력에 대한 보상 확대 또한 불가피하다. 그동안 우리 대기업들은 임원들에게는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도 직원들에 대한 보상 체계는 등한시한 측면이 있다.

논란의 핵심은 보상 규모가 아니라 방식에 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구조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영업이익은 주주 배당, 연구개발 투자, 시설 투자,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활용하는 재원이다. 반도체 산업처럼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한 업종에서는 더욱 그렇다. 호황이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영업이익을 고정 비율로 나누는 관행이 굳어질 경우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반도체 산업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과가 결정되지 않는다. 수십조 원 규모의 선행 투자와 연구개발, 협력업체 지원, 정부 정책, 글로벌 시장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영업이익을 노동 성과로만 환원한다면 논리적 비약이다.

더 큰 문제는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다. 현대차와 HD현대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등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뒤따르고 있다. 실적이 좋은 사업부와 적자 사업부 간 형평성 문제, 생산직과 연구직 간 배분 기준 문제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 확산하면서 노사관계는 이익 배분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보듯 이미 파업과 집단행동은 이익 배분 수단으로 떠올랐다.

성과급 잔치는 주주 권리와 기업 지배구조 문제까지 건드렸다. 삼성전자 주주들이 법적 대응에 나선 이유도 다름 아니다. 주식회사의 이익은 세금을 공제한 뒤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배당 여부가 결정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세전 영업이익을 노사 합의만으로 선 배분함으로써 주주 권리를 침해했다는 논란이 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460만 명, 국민연금 등 공적자금도 참여하고 있기에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비판도 궤를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영업이익은 투자자와 주주 몫이라는 것은 헌법과 상법이 보장하는 자본시장의 근간”이라며 세전 영업이익을 미리 할당하는 방식은 ‘위장된 위법 배당’이라고 했다. 세금도 내기 전 영업이익을 특정 집단이 미리 가져가는 구조는 투자자 보호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또한 “기업 이익 배분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닌 경영 판단 영역”이라고 밝혔다. 영업이익 배분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는 건 주주 권리를 제약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성과금과 임금은 법적 성격이 다르다고 해석했다. 단체교섭 대상은 임금과 근로 시간, 복지 등 근로조건에 한정하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가장 우려되는 건 고용 시장 변화다. 대기업 입장에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면 자동화와 인공지능, 로봇 도입을 서두를 유인은 커진다. 근로자들은 당장 억대 성과급을 달콤하게 여길 수 있지만 미래 일자리 축소와 신규 채용 감소라는 부메랑을 각오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최태원 SK 회장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최 회장은 올 2월,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를 간과한 채 파격적인 성과급을 발표했다. 최 회장이 연 판도라 상자는 한국 사회 전반에 격렬한 논쟁을 불렀다.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 폭이 큰 영업이익을 10년간 고정 비율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결과적으로 신중하지 못했다. 불씨를 댕긴 당사자로서 결자해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최 회장과 SK하이닉스 입장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동안 삼성전자에 밀리고 인재가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파격적인 인센티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방식과 정도가 지나쳤다. 반도체 과장 재임 당시 SK하이닉스 인수 과정에 관여한 산자부 고위 공직자가 들려준 이야기다. 2011년 LG전자를 비롯해 모든 기업이 하이닉스 인수를 외면할 때 SK가 결단함으로써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 인수 이후 하이닉스는 적자가 계속돼 골칫거리였다. 결국 최 회장의 결단과 뚝심이 없었다면 지금 SK하이닉스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성과 보상 체계와 산업 생태계 근간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불씨를 지판 당사자로서 SK하이닉스 노사를 주목한다. 현실에 맞는 재협상 테이블에 나선다면 다른 기업으로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 산업계와 시민사회, 정부 또한 이번 논쟁을 계기로 지속 가능하고 합리적인 성과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성과 공유의 필요성과 기업 경쟁력 유지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협력업체, 노동과 자본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분배 원칙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소득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을 놔둔 채 사회통합을 말한다면 모순이다. 농부 전우익은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고 했다. 서로 배려함으로써 공존하는 게 세상 이치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감사원 정책자문위원 ▷국가유산청 정책자문위원 ▷순천향대 초빙교수 ▷전 국회의장 정무비서관 ▷전 국회 부대변인 ▷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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