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는 전혀 다른 사건처럼 보인다. 하나는 노후 도시 인프라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첨단 방산기업의 산업재해다. 그러나 두 사건은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우리를 세운다. 대한민국은 안전을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고 있는가.
서소문 고가차도는 1966년 준공된 시설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구조적 위험성이 지적됐고 정밀안전진단에서도 낮은 등급을 받았다. 결국 철거 과정에서 구조물이 붕괴하며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다. 사고 이후 드러난 각종 정황은 충격적이다. 안전관리계획 승인 여부 논란부터 반복된 위험 경고까지, 이번 사고는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사업장에서는 2018년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졌고, 2019년에도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7년 만에 또다시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세 차례 사고로 모두 1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2018년과 2019년 사고 당시 법원은 관리감독 소홀과 안전조치 미흡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렸다. 회사는 원격화와 자동화 등 안전 개선 대책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또다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은 단순한 현장 실수나 우연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사고 직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애도와 사과의 뜻을 밝히며 유가족 지원과 그룹 차원의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역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 같은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다. 기업 총수와 경영진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진정한 책임은 사과문 발표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구조적 문제를 고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드는 데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방산산업의 특수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방산은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산업이다. 최근 K-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생산 물량도 늘고 있다. 하지만 생산 확대가 안전의 후순위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국가 안보를 지키는 산업이 정작 현장의 노동자를 지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아니다.
서소문 사고 역시 같은 교훈을 준다. 노후 인프라는 더 이상 지방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붕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전국 곳곳에는 준공 후 수십 년이 지난 교량과 터널, 고가도로가 존재한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보수와 교체를 미루는 관행은 이제 끝내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사회는 더 안전해져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적지 않다. 성장을 위해 안전을 희생하고, 효율을 위해 점검을 줄이고, 비용 절감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순간 사고는 예정된 미래가 된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20년 동안 쌓은 명성도 5분이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도, 정부에도, 공공기관에도 같은 말이 적용된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신뢰의 자산이다. 안전에 투자하는 돈은 지출이 아니라 생명과 신뢰를 지키는 보험이다.
서소문 고가와 한화에어로 사고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안전을 비용으로 계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잃어버린 생명은 어떤 돈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특별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하는 일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그러나 국민은 더 이상 말이 아니라 결과를 원한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다시 점검해야 하고, 기업은 안전 투자를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경영진은 안전을 생산성과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기업 생존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해야 한다.
안전은 선택이 아니다. 국가의 기본 책무이며 기업의 최소한의 의무다. 서소문 참사와 한화에어로 사고가 남긴 가장 무거운 교훈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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