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24년 만에 10%대 명목성장 기대…가계부채·국가채무비율 청신호인가

한국 경제에  반가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0%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도체 수출 가격 상승과 수출 호조가 한국 경제의 명목 규모를 크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올해 실질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높여 잡았다. 경상수지 흑자 전망 역시 2500억 달러 수준으로 대폭 상향됐다.


명목GDP가 커지면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과 국가채무비율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올해 명목GDP가 10% 늘 경우 가계부채비율이 80%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12~13% 성장하면 정부가 2030년 목표로 삼은 80% 수준에 더 빨리 접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분명 청신호다. 한국 경제를 짓눌러온 두 개의 부담은 가계부채와 국가채무였다. 가계부채는 소비를 위축시키고 금융 불안을 키운다. 국가채무는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이런 지표가 개선된다면 경제 체력에도 긍정적이다.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이번 명목성장은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 결과인가, 아니면 반도체 초호황이 만든 일시적 착시인가.


명목GDP는 실질성장과 가격 요인을 함께 반영한다. 같은 물량을 팔아도 수출 가격이 오르면 명목GDP는 커진다. 이번 두 자릿수 명목성장 기대의 상당 부분도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출 호조에서 비롯됐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것은 분명하지만, 반도체 사이클은 늘 호황과 불황을 반복해왔다.


따라서 가계부채비율이 낮아졌다고 해서 가계부채 문제가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분모인 GDP가 커져 비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부채 규모와 상환 부담, 부동산 가격, 금리 여건은 계속 관리해야 한다. 국가채무비율도 마찬가지다. 명목GDP가 커지면 비율은 좋아질 수 있지만, 지출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재정 부담은 다시 커진다.


건강검진에서 키가 커져 체질량지수가 낮아졌다고 해서 살이 빠진 것은 아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비율의 개선만이 아니라 체질의 개선이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과제는 여전히 무겁다. 저출산과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자영업 과잉, 서비스산업 경쟁력 부족, 청년 일자리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 반도체 호황이 이 문제들을 자동으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호황기일수록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세수가 늘고 재정 여력이 생긴다면 단기성 지출에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AI, 반도체, 바이오, 로봇, 우주항공 등 미래산업과 인재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 오늘의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살렸다면 내일의 성장동력은 AI와 신산업에서 나와야 한다.


24년 만의 10%대 명목성장은 분명 기회다. 하지만 그 기회는 저절로 축복이 되지 않는다. 반도체가 벌어준 시간을 소비할 것인가, 미래를 준비하는 데 쓸 것인가가 중요하다.


청신호는 켜졌다. 그러나 운전대를 놓아서는 안 된다. 호황기에 개혁하고, 호황기에 투자하고, 호황기에 미래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경제의 기본이고 원칙이며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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