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수요 억제 집중한 1년…공급·전월세는 미완

  • '불로소득 차단' 명분 앞세웠지만…매매·전세·월세 '트리플 강세' 촉발

  • 강북권 전셋값 12% 폭등…전문가 "출구 없는 규제의 악순환 개선돼야"

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달 4일 출범 1년을 맞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거주자 중심 시장 질서’와 ‘투기 수요 억제’에 방점이 찍혔다.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금융·세제·행정 규제를 잇달아 내놓으며 다주택자와 갭투자 수요를 강하게 압박했다.

고강도 규제는 과열된 고가주택 시장에 경고 신호를 주고 투기성 매수세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냈다. 다만 수요 억제에 무게가 쏠리면서 실질 공급 확대와 임대차 안정에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출범 직후 6·27 금융규제 대책,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대출·거래·세제를 동시에 조였다. 규제 직후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일부에서는 상승세 둔화와 급매물 출회 등 단기 효과도 나타났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며 매물 잠김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1767건으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직전인 같은 달 9일 6만8495건보다 9.8% 줄었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증여를 택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가격 흐름도 다시 불안정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31%로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강남권 상승세가 주춤한 사이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강북권과 서울 외곽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임대차 시장 불안도 정책 평가의 주요 변수다. 정부는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실수요자에게 이전되면 임대차 시장 충격도 제한적일 것으로 봤지만 현장에서는 전월세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1년 부동산 정책 평가 및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1개월 동안 서울 평균 전셋값이 8.66% 올랐다고 분석했다. 강북·노원·도봉·성북 등 강북권 4개 구의 전셋값은 12.63%, 월세는 13.14% 상승했다.

정부도 공급 대책을 병행하고 있다. 9·7 대책을 통해 임기 내 수도권 135만가구 공급 목표를 제시했고 올해 초 1·29 대책에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가구 공급 계획 등을 내놨다. 최근에는 비아파트 공급 확대와 공공 매입임대, 도심 유휴공간 활용 방안도 발표했다.

다만 시장이 원하는 공급 시점과 입지, 품질에 대한 구체성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착공 목표와 인허가 물량은 제시됐지만 실제 입주 시점과 입지 경쟁력, 아파트 선호를 대체할 품질 기준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정부의 명분은 뚜렷했지만 시장의 자정 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출구를 마련하는 디테일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신규 공급이 바로 나오기 어렵다면 다주택자의 기존 매물이 시장에 돌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방식도 함께 검토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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