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날 기획-上] 산업과 생명의 바다…울산은 지금 바다와 공존하고 있는가

고래를 따라 바다로 나섰던 도시. 울산의 바다는 오래전부터 삶과 생업의 공간이었다. 장생포 포경업과 방어진항 어업, 울산항을 중심으로 한 산업 물류까지 바다는 도시의 성장과 함께 해왔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바다는 개발과 환경, 생태와 경제 사이에서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오는 5월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본지는 울산 바다가 품고 있는 현재의 풍경과 앞으로의 과제를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울산 북구 강동화암 주상절리 해안의 일출 사진울산시
울산 북구 강동화암 주상절리 해안의 일출. [사진=울산시]


5월의 끝자락, 울산 앞바다에는 다시 안개가 내려앉는다. 새벽 동구 방어진항에는 조업을 준비하는 어선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고, 장생포 앞바다에는 고래바다여행선이 천천히 물살을 가른다. 산업도시 울산은 지금도 바다 위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울산은 대한민국 대표 해양·산업도시다. 울산항을 중심으로 석유화학과 조선, 자동차 산업 물류망이 집결해 있고, 바다는 오랜 시간 울산 경제 성장의 기반 역할을 해왔다.

특히 울산항은 국내 최대 액체화물 처리 항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원유와 석유제품, 화학 원료가 울산항을 통해 이동하고, 국가산단과 연결된 물류 체계는 국내 산업 경쟁력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울산자유무역지역 역시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과 연계된 수출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울산의 바다는 단순한 자연 공간이 아니다. 산업과 물류, 관광과 생태가 동시에 얽혀 있는 도시 경제의 기반이자 시민 삶의 공간이다.

하지만 산업 중심 성장 이면에서는 바다 환경 변화와 어촌 공동체 위축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동해안권에서는 수온 상승과 어종 변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장 어민들 사이에서는 "예전보다 바다가 달라졌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실제 전국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장기적으로 감소 흐름을 보이다 최근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 수준 회복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울산 어촌 사회 역시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울산수협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지역 어선세력은 총 777척 규모다. 이 가운데 5톤 미만 어선이 582척으로 가장 많고, 10톤 미만 88척, 50톤 미만 41척, 100톤 미만 11척 등으로 집계됐다. 연안 중심의 소규모 어업 비중이 높은 구조다.

조합원 감소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울산수협 조합원 수는 지난 2021년 약 3300명 수준에서 올해 약 3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현재 33개 어촌계가 운영 중이지만 고령화와 어업 환경 변화 속에 어촌 공동체 유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8일 조업을 마치고 방어진항에 입항한 어선의 선원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사진정종우 기자
28일 조업을 마치고 울산 방어진항에 입항한 어선의 선원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사진=정종우 기자]


특히 동구 방어진항과 북구 정자항 일대에서는 어획량 감소와 유류비 상승 부담을 동시에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어민들은 "조업을 나가도 남는 것이 많지 않다"고 토로한다.

실제 28일 방어진항에서 만난 선주 김모씨 역시 "어제는 어군을 찾아 일본 가까운 해역까지 조업을 다녀왔다"며 "이제는 바다에 나가는 일 자체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반면 바다는 울산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와 대왕암공원, 주전 몽돌해변 등은 울산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으며 최근에는 해양 치유와 레저 관광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다만 지역에서는 여전히 '스쳐가는 관광'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류형 관광 기반과 연계 상권 확대, 숙박·문화 콘텐츠 강화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여기에 울산은 해상풍력과 항만 개발, 산업단지 확장 등을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 성장과 환경 보전 사이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가 울산 바다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울산 해양항만 관계자는 "이제 울산의 바다를 단순 산업 자원이 아닌 시민 삶과 생태, 미래 세대를 위한 공공 자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앞으로는 산업뿐 아니라 생태와 관광, 시민 삶의 공간으로서 가치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산업과 물류, 관광과 생태가 공존하는 울산 바다가 앞으로 어떤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을지 지역사회의 논의가 깊어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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