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은 언제나 뜨겁습니다.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삶의 기반이자 자산의 중심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죠. 천자문에서도 하늘 다음에 땅이 나오고, 우주(宇宙)는 집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죠. 그만큼 부동산은 우리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입니다. ‘홍승우의 리:부트’는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부동산 이슈를 다시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집값, 전월세, 청약, 재건축·재개발, 정책 등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동산 트렌드를 쉽게 풀어내겠습니다.
월세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를 찾는 수요가 다시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흐름이 모든 주택으로 번지는 건 아닙니다. 아파트 전세는 빠르게 움직이는 반면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힘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대차 시장의 양극화가 매매가격 흐름까지 갈라놓는 모습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4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전세가격은 0.41% 올랐습니다. 매매가격 상승률은 0.18%에 그쳤습니다. 단, 서울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격이 0.55% 오르며 전국 평균을 크게 넘어섰습니다. 그래도 전세시장이 매매시장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서도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138.8포인트로 매매가격 전망지수 120.6포인트를 앞섰습니다. 앞으로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매매가격 상승 기대보다 강한 겁니다.
전세 가격이 오르게 된 주된 배경에는 양도세 중과 종료 이슈로 인한 전세 물량 감소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아파트에 몰리고 있습니다. 전세난 속 보증금 회수 안정성, 주거 편의성, 환금성 등을 따졌을 때 빌라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더 뚜렷해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오피스텔과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전세가격은 전분기 대비 0.09% 하락했습니다.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0.41%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월세는 0.66% 올랐고, 전월세전환율도 6.45%로 나타났습니다.
이 수치만 보면 월세 수익이 좋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상황에서 월세만 오르는 구조는 시장 체력이 약해졌다는 신호에 가깝죠. 임차인은 전세보다는 월세를 부담하고 임대인은 보증금보다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구조가 굳어진 겁니다. 오피스텔 시장에서 월세 전환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거죠.
빌라 시장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전세사기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 데다 임차인들의 불안감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전세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고 해도 빌라 전세를 적극적으로 선택하기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큽니다.
결국 전세 수요가 늘고 있지만 물량이 없고, 아파트 쏠림이 강해질수록 아파트 전셋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비아파트는 월세만 오르고 있어 임차인 부담만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다만 아파트 전세난과 가격 부담에 따라 비아파트 매매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부동산플래닛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연립·다세대 매매 거래량은 1만201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은 같은 임대차 시장 안에 있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임대차 시장의 양극화는 주택 전반의 불균형을 키울 수 있고,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세가격 상승 압력은 커지고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도 높아진다”며 “비아파트 시장은 거래 부진과 가격 약세가 길어지며 임대차 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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