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차전지 대표 종목으로 꼽히며 시가총액 10조원을 눈앞에 뒀던 금양이 결국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테마주 광풍, 반복된 공시 논란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시장 신뢰가 무너졌고, 결국 감사의견 거절까지 겹치며 상장폐지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양은 이날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거래소는 전날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금양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금양이 가처분 신청에 나서면서 향후 후속 상장폐지 절차는 법원 판단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정밀화학 기업에서 이차전지 대장주로
1978년 설립된 금양은 발포제 등 정밀화학 제품을 생산해 온 기업이다. 이후 2020년대 들어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들며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금양 홍보이사였던 박순혁 씨는 배터리 산업 성장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와 배터리 산업 성장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금양 주가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2023년 7월 26일에는 장중 19만4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시가총액은 10조원에 육박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금양을 두고 '제2의 에코프로'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다만 실제 사업 성과와 수익성이 시장 기대를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후 주가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광산 투자·유상증자 논란…신뢰 흔들린 시장
문제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금양은 몽골·콩고 광산 투자와 부산 배터리 공장 건설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자금 조달 부담과 공시 신뢰성 논란이 겹치며 시장 우려가 커졌다.
특히 회사가 각각 400억원대와 1600억원대로 추정했던 몽골 광산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가 1년여 만에 각각 66억원, 13억원 수준으로 대폭 하향 조정되면서 '과도한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뻥튀기 공시' 비판도 제기됐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이차전지 업황이 둔화하던 시점인 2024년 9월, 금양은 4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한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자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결국 회사는 지난해 2월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외부 회계법인, 감사의견 거절…상장폐지 가능성 현실화
금양은 몽골 광산 및 유상증자 관련 공시 문제로 거래소로부터 2024년 10월과 지난해 3월 각각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벌점이 누적되면서 관리종목에도 올랐다.
결정타는 외부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이었다. 지난해 외부 회계법인은 회사의 계속기업 존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상장사에게 감사의견 거절은 사실상 상장폐지 위험 신호로 여겨진다.
이후 금양은 거래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거래정지 직전인 지난해 3월 21일 종가 기준 주가는 9900원으로, 2023년 7월 기록했던 최고가 대비 약 94.9% 폭락했다. 시가총액 역시 6000억원대로 크게 감소했다. 올해 3월에도 금양은 2년 연속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당국 감시 부실했나" 책임론도…가처분 인용은 '글쎄'
금양은 현재 거래소 상장폐지 결정에 불복해 가처분 신청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인용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규정에 따라 이미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결과가 뒤집히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책임론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상장사 한 곳이 상장폐지되는 것은 시장 충격이 적지 않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24만명에 육박하는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 상황에서 이른바 뻥튀기 공시에 대한 금융 당국의 감시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최근 삼천당제약 사례 등을 계기로 제약·바이오 기업 공시 개선 방안을 내놓았지만 시장에서는 유사한 공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제도 개선책의 경우, 권고 수준에 머무는 내용도 있어 실효성이 제한적이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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