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시급한 삼성 노조] 대의제 무시 동아리식 운영...편법 횡행 복마전 전락

  • 7만 조합원 조직에 대의원회 부재 논란

  • 5명 운영위가 월 7억 조합비 좌우 의혹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파업을 예고해 국민적 우려를 불러일으킨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불투명한 운영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최승호 위원장 등 소수 지도부의 독단이 다양한 부조리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조합원 7만명 규모의 거대 조직이지만 내부 견제 장치가 없다시피해 운영 권한이 집행부에 집중돼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조합은 설립 자체보다 설립 이후 운영의 민주성 확보가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대의제 무시는 초기업노조의 가장 큰 오류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의적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권한이 집행부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동아리 운영에 가깝다"고 말했다. 실제 내부 게시판과 익명 커뮤니티에는 '위원장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것은 문제'라는 취지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설립 초기부터 대의 구조 정비 필요성을 인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1월 전체총회를 열고 통합 노조 출범 성명과 대의원 배정, 집행부 견제조항 등을 포함한 규약 개정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조합원 수가 수만명으로 불어나고 조합비도 매월 7억원 안팎 걷히는 상황에서 대의원회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법상 대의원회 설치는 강제 사항이 아니다. 다만 대규모 조합에서 총회 기능을 현실적으로 대체하려면 조합원이 직접 선출한 대표기구를 통해 예산과 규약, 교섭 방향 등 핵심 사안을 통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운영 원리다. 설립 신고 자체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와 운영 과정에서 내부 민주성이 충분했는지는 별개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지난해 11월에는 설문조사 결과를 총회 의결 없이 교섭요구안으로 확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규약 위반 가능성도 거론됐다. 올해 5월에는 설립 후 수년간 대의원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는 내부 비판까지 불거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 지점이 이번 파업 사태의 본질이라고 본다. 조합원 다수의 이름으로 교섭과 쟁의를 추진하면서 정작 조합원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불명확했다면 대표성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파업 현실화 여부와 관계없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형 로펌의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노조 규약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민주적으로 운영하려면 지부 단위에서도 의사결정 기구를 만들고 그 기구가 어떤 사안을 결정할 수 있는지 규정한 뒤 공통된 의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조직은 기존 노조처럼 운영 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조직이 커질수록 합의된 의견을 모으는 절차가 중요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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