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지나며 대한민국 기업들의 AI에 대한 질문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AI를 도입해야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까?"가 경영진 회의실의 핵심 화두로 자리 잡았다. 맥킨지 글로벌 AI 서베이(2025)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88%가 하나 이상의 비즈니스 기능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수치 이면에는 냉혹한 현실이 있다. 전사적 수준으로 AI를 확장한 기업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 3분의 2는 여전히 실험·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가트너는 2025년 말까지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30%가 PoC(개념증명) 이후 폐기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현장의 실제 폐기율은 이 예측을 상회하고 있다. 이른바 "AI 파일럿 피로감" 현상이다.
이제 질문의 본질이 바뀌었다. "AI를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것인가"
수많은 기업이 AI 도입에 실패하거나 PoC에서 멈추는 이유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전략과 실행 방법론의 부재다. 필자는 다양한 기업의 AI 전환을 경험하며 하나의 명확한 원칙을 확인했다: 크게 생각하라, 작게 시작하라, 빠르게 확장하라.
AI 전환의 첫 단추는 기술이 아닌 비즈니스에서 시작해야 한다. "어떤 AI 모델을 쓸까?"보다 "어디에 AI를 적용하는 것이 우리 비즈니스에 가장 큰 가치를 만들어낼까?"라는 질문이 먼저다.
이는 비즈니스 결과 중심의 영역 도출과 타당성 분석을 의미한다. 매출 증대, 비용 절감, 리스크 감소, 고객 경험 향상 등 명확한 경영 성과 지표와 연결되는 AI 적용 영역을 먼저 식별해야 한다. 기술적 흥미나 유행이 아닌, ROI 기반의 의사결정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크게 생각하라는 것은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다. 3년, 5년 뒤 AI가 우리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방식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를 그리고, 그 미래 상태에서 역산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도출하는 전략적 사고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대규모 선행 투자와 긴 개발 주기의 빅뱅 방식은 AI 시대에 가장 위험한 접근이다.
단위 과제별로 최소기능제품 또는 최소 작동 가능 에이전트를 정의하고, 짧은 주기 안에 실제 업무 환경에서 검증해야 한다. 최소 작동 가능 에이전트는 단순한 데모가 아니라, 실제 업무에서 작동하며 측정 가능한 성과를 내는 최소 단위의 운영 가능한 AI 에이전트다. 작은 실패에서 배운 교훈이 다음 확장의 자산이 된다.
단위 과제에서 성과가 입증되면, 핵심은 이를 조직 전체로 빠르게 확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이 단계에서 또다시 실패한다. 성공한 PoC를 단순 복사·붙여넣기 방식으로 확장하려 하기 때문이다.
빠른 확장은 공통화 환경, 내부 업무 프로세스, 내부 조직과 직원을 동시에 고려해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2025)에 따르면, AI 이니셔티브를 중도 포기한 기업의 비율이 2024년 17%에서 2025년 중반 42%로 급증했다. 포기한 기업들이 잃은 것은 투자금만이 아니다. 경쟁사가 AI로 생산성을 높이는 동안 벌어진 시간의 격차가 진짜 손실이다.
AI를 먼저 운영 단계로 진입시킨 기업은 생산성과 비용 구조에서 경쟁사와 격차를 벌린다. 경쟁자가 PoC를 반복하는 동안, 이미 운영 궤도에 올라선 기업은 다음 국면을 준비한다.
결론은 명확하다. 크게 생각해서 비즈니스의 전체 결과를 먼저 그려보자. 작게 시작해서 최소 작동 가능한 에이전트를 검증하자. 그리고 플랫폼, 프로세스, 조직과 직원 위에서 빠른 확장을 조직 전체에 내재화해야 한다. 이 여정의 토대는 프로세스 정의와 AI-레디 데이터이며, 그 실행은 AI 전문 파트너와의 전략적 협업으로 가속화해야 한다. AI 전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과 실행의 문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시간이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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