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가 경고등] 억눌린 물가 뒤 수입 충격…하반기 불안 커진다

  • 환율·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소비자물가로 전이 우려

  • 기업 수익성 악화 누적…연말로 갈수록 가격 전가 가능성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환율 상승과 수입물가 급등에 따른 비용 압력이 누적되면서 하반기 소비자물가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와 가격 안정화 조치로 단기 물가 상승세를 억누르고 있지만 누적된 수입 비용 부담이 하반기부터 소비자 가격에 본격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0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오르며 2024년 7월(2.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이 1.8%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기조적인 물가 흐름은 아직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유류세 인하와 석유제품 가격 안정 정책이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억누르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정유업계와 협조해 가격 상승분 일부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안정화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에 즉각 반영되는 경로를 일정 부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수입 단계에서 누적된 비용 압력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수입물가는 계약 시점 기준으로 산출돼 통상 1~3개월 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6.1% 오른 169.38로 집계되며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함께 원유·가스·곡물·산업용 원자재 가격이 동반 급등한 영향이다. 세부적으로는 나프타가 한 달 새 46.1%, 제트유는 67.1%, 부타디엔은 70.6% 각각 상승했다.

특히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을 아직 자체적으로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제조업체들은 경기 둔화 우려로 제품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하면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환율 불안 역시 부담 요인이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15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00원 중후반대로 내려왔지만 월평균 환율은 지난 3월 1486.64원에서 4월 1487.39원으로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단기적으로 약 0.3%포인트, 6개월 후에는 최대 0.5%포인트 높아진다. 환율 충격은 우선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후 생산·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연구원은 국제 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수입 단계의 가격 충격이 빠르게 전가되면서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이 평소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택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입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향후 국내 물가 상방 압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를 차례로 끌어올리며 국내 물가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르면 5월, 늦으면 6월부터 3% 내외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근원상품물가는 상승률이 4월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화학제품과 섬유제품 생산자 가격 상승이 점차 반영되며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동 리스크 장기화와 공급망 불안,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면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 효과도 점차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류세 인하와 가격 안정화 조치 등으로 단기 충격은 일부 완화하고 있지만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되면 재정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수입물가 흐름이 향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과 정부 민생 안정 대책 전반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성장 둔화 우려 속에서도 하반기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면 정부의 정책 대응 여력이 제약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은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낮춰 민간소비 여력을 축소시키고, 이는 내수 경기 회복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는 경기 회복 흐름을 뒷받침하기 위한 통화정책 운용 폭을 좁힐 뿐 아니라 재정정책 여력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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