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예능의 감정선은 출연자의 현실보다 우선될 수 있을까. '돌싱N모솔'이 돌싱 출연자들의 자녀 유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자기소개를 진행하면서, 프로그램의 기획 윤리를 둘러싼 의문을 남겼다.
5일 방송된 MBC에브리원·E채널 '연애기숙학교 돌싱N모솔'에서는 돌싱녀들의 자기소개가 진행됐다. 이날 출연자들은 나이, 직업, 연애관 등을 공개했다. 영어학원 원장, 헤어 디자이너, 뷰티숍 운영자, 간호사, 쇼호스트, 편집 디자이너 등 저마다의 직업과 삶의 태도가 드러났고, 모솔남들의 호감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날 자기소개에서는 자녀 유무와 이혼 사유가 제외됐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를 뒤로 미뤄야 출연자들이 선입견 없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로 돌싱 연애 예능에서 자녀 유무가 공개된 뒤 관계의 온도가 급격히 달라지는 장면은 수 차례 반복돼왔다. 출연자 한 사람의 매력이나 감정선이 '자녀가 있느냐 없느냐'라는 조건 하나로 재단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을 가능성도 있다.
연애 예능은 종종 '감정의 서사'를 이유로 핵심 정보를 늦게 공개하지만, 감정선은 출연자의 현실을 가린 채 쌓아올리는 장식물이 아니다. 감정이 먼저 생기고 난 뒤 뒤늦게 중요한 조건을 마주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극적인 전개일 수 있지만, 당사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좋아하는 마음이 커진 뒤 자녀 유무를 알게 되면 감정과 현실적 판단 사이 더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녀가 있는 출연자 역시 삶의 중요한 일부가 관계의 시험대나 반전 장치처럼 다뤄지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자녀 유무를 뒤로 미루면 출연자들은 상대를 조건이 아닌 사람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감정이 앞선 상태에서 현실 판단을 유예하게 된다. 특히 '모솔남'이라는 상황은 위험을 더 키운다. 연애 경험이 적은 사람일수록 관계의 초반 감정을 절대화하기 쉽고, 자신이 감당해야 할 현실의 무게를 낭만적 언어로 과소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사랑으로 키우겠다"는 말은 아름답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 양육과 가족 관계는 감정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자녀가 있는 돌싱의 연애가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자녀 유무가 결격 사유라는 말도 아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자녀는 누군가의 약점도, 방송의 반전 장치도 아니다. 한 사람의 삶에 깊이 연결된 존재고, 관계를 선택하는 상대에게도 현실적인 책임과 고민을 요구하는 요소다. 이를 언제, 어떻게 공개하느냐는 단순한 편집 전략이 아니라 출연자를 대하는 제작진의 태도와 직결된다.
'돌싱N모솔'은 출발부터 위험한 포맷이었다. 사랑의 끝을 경험한 사람과 사랑의 시작조차 해보지 못한 사람을 한 공간에 넣고, 그 간극을 관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는 더 세심한 보호 장치가 필요했다. 이 속에서 자녀 유무 공개를 늦춘 선택은 보호 장치가 아니라, 감정의 낙차를 키우는 장치일 뿐이다.
연애 예능의 재미는 정보의 은폐에서 나오지 않는다. 출연자들이 서로의 현실을 알고도 마음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더 깊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자녀 유무를 먼저 공개한다고 감정선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 조건을 알고도 다가가는 마음, 망설이다가 멈추는 마음, 감당할 수 없어 솔직히 물러나는 마음이야말로 현실적인 연애 서사다.
앞서 김재훈 PD는 편견을 깨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편견을 깨기 위해 필요한 건 중요한 정보를 감추는 게 아니라, 정보를 알고도 사람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설계다. '돌싱N모솔'이 정말 편견을 넘어서고 싶다면, 출연자의 현실을 서사의 장애물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 자녀 유무는 도파민을 위한 폭탄이 아니다. 누군가의 삶이고, 관계의 조건이며, 상대가 존중받으며 선택해야 할 정보다. 연애 예능이 새로워지는 방식이 더 큰 감정의 낙차와 정보 비대칭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드는 방송과 사람을 더 극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방송은 다르다. '돌싱N모솔'이 증명해야 할 것도 바로 그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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