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지금의 위기가 일시적인 가격 변동이 아니라 공급망 자체의 불안정성이 구조화되는 전환점이라고 진단한다. 특정 지역과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현 체제에서는 지정학적 갈등이 반복될 때마다 동일한 충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안보를 단순한 자원 확보 차원이 아닌 국가 경제 전략의 최상위 과제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전력 생산 구조를 재편하는 ‘에너지 믹스 전략’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화석연료 중심의 단일 구조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의 균형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힘은 단기 대응이 아닌 구조적 체질 개선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한국 에너지 전략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주경제신문 주최로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아주경제 제2회 에너지포럼'에서 김형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AI 미래학과 석좌교수는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에너지와 물, 경제가 얽힌 복합 시스템의 문제"라며 "에너지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는 국가 단위를 넘어 기업 단위까지 탄소 배출이 추적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감축하지 않으면 비용 부담이 더 커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AI 산업 성장으로 전 세계 전력수요는 지난해 2만8200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3만3600TWh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같은 기간 AI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도 약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송전망과 변압기, 계통 연결 등 인프라 부족은 AI 확산의 주요 병목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텍사스의 경우 데이터센터 접속대기 신청 물량만 미국 내 전체 피크부하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50GW를 넘어서는 등 주요국들도 전력망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반도체·AI 확산으로 전력 최대수요는 2038년까지 약 28% 증가할 전망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약 2.2GW 수준의 추가 전력 공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수도권에 전력수요가 집중되는 반면 발전설비는 지방에 분산되면서 지역 간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곽 처장은 "송전망 구축에는 통상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반면 데이터센터 등 신규 수요는 2~3년 내 급증해 수급 불일치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력망 확충과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대, 가상송전망(VPL) 도입, 수요 분산형 전력시스템 구축 등 중장기 대응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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