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에 글로벌 경제 옥죄는 '고유가'…문제는 상승보다 지속기간

  • 호르무즈 차질에 공급 불안 확대…휘발유·항공유·운송비로 번져

  • 미 에너지장관 "휘발유 3달러 복귀, 올해 말 또는 내년 가능"

  • IEA "3월 공급 하루 1010만배럴 감소"…EIA "연료값 수개월 고공행진"

각국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남쪽 오만 무산담반도 부근에 멈춰서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
각국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남쪽 오만 무산담반도 부근에 멈춰서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시장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얼마나 더 오르느냐보다 고유가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가 더 큰 변수로 떠올랐다. 원유 가격 상승은 휘발유와 항공유, 해상운임, 생활물가로 곧바로 번진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실물경제 압박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19일(현지시간) 더가디언과 로이터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약 3.8리터)당 3달러(약 4400원) 아래로 내려가는 시점에 대해 “올해 말이 될 수도 있고 내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여전히 4달러(약 5900원) 안팎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쟁 이전 수준 복귀는 단기간에 어렵다는 뜻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번 사태를 글로벌 원유시장 역사상 가장 큰 공급 차질로 평가했다. IEA는 4월 보고서에서 3월 세계 원유 공급이 전달보다 하루 1010만배럴 줄어든 9700만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과 중동 에너지 인프라 타격이 겹치면서 공급 불안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시장 불안도 여전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20일 아시아 거래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95.46달러(약 14만1000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8.86달러(약 13만1000원)까지 올랐다. 미국의 이란 선적 화물선 억류 이후 휴전 붕괴 우려가 다시 커진 영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길목인 만큼 통항 차질이 길어질수록 가격 변동성도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원유 가격 상승이 선물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쟁위험 보험료가 급등하면서 실물 운송비도 함께 뛰고 있다. 로이터는 일부 해상 전쟁보험료가 1000% 넘게 올랐고, 선박 가치의 0.25% 수준이던 보험료가 3%까지 뛴 사례도 나왔다고 전했다.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운항 비용이 오르면 그 부담은 결국 정유사와 화주, 소비자에게 순차적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도 직접 충격을 받고 있다. 로이터는 항공유 가격 급등으로 항공사들이 운임을 올리고 실적 전망을 낮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가 충격이 자동차 연료에 그치지 않고 항공권과 물류비, 여행 수요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쟁 장기화의 부담은 신흥국에 먼저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 12개국이 신규 대출 프로그램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중동 갈등이 고유가와 원자재 공급망 부담을 당분간 이어지게 할 수 있다”며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더라도 중동산 원유가 국내에 들어오는 데 약 20일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충격이 진정되더라도 체감 물가 반영까지는 시차가 불가피하다.
 
유가 충격이 곧바로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연료 가격은 수개월 더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휴전이나 통항 재개만으로는 연료 가격이 바로 안정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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