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탐사기획] '점심값 1만4635원'…런치플레이션에 편의점 몰린 MZ들

  • 10명 중 4명 매월 이용…한 끼 식사로 자리 잡은 도시락

  • "싸다고 대충 아냐"…인식·영양 논란 따져보니 '가성비'

[편집자주] 우리는 한걸음 더 나아가려 합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 ‘발품’은 20·30대 기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 사람을 만나고 목소리를 기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경제·산업·정치·사회·부동산·문화를 가르지 않고 삶과 맞닿은 모든 현장을 추적합니다. 문제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끝까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발품’은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기 위해 한 번 더 확인하고 집요하게 묻겠습니다. 독자가 미처 닿지 못한 곳까지 대신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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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이 지난 15일 기준 서울 3대 업무지구(광화문·여의도·강남) 지하철역 반경 1㎞ 이내 식당 총 1200여 곳(각 400여 곳)을 대상으로 점심 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균 점심값은 1만4635원으로 집계됐다.[그래픽=아주경제]

'1만4635원'.

서울 강남·광화문·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구의 평균 점심값이다. 올해 최저임금(1만320원) 기준 약 1시간 30분을 일해야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외식 물가 급등을 일컫는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은 이제 누구나 체감하는 현실이 됐다.

구내식당이 있는 직장이라면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그렇지 않은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점심은 매일 반복되는 고민이다. 무엇을 먹을지보다 얼마에 먹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부담이 더욱 크다. '잘 먹어야 한다'는 당위와 '버텨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이들의 점심은 점점 타협의 산물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곳은 다름 아닌 '편의점'이다.
 
"대학가도 이제 싸지 않아요…도시락이 사실상 마지막 선택지죠"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점심시간이 되자 강의실에서 쏟아져 나온 학생들은 삼삼오오 흩어졌다. 메뉴를 고민하던 대학생 김준우씨(23) 발걸음은 인근 편의점으로 향했다. 대구에서 상경해 자취 중인 김씨는 학교 근로장학을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그러나 급등한 물가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그에게 편의점 도시락은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마지막 옵션이다.
 
지난 17일 대학생 김준우씨가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 모습사진김민재 기자
지난 17일 대학생 김준우씨가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사진=김민재 기자]
 
10종이 넘는 도시락이 빼곡히 놓인 편의점 냉장 진열대 앞에서 김씨는 한참을 서성였다. 과거보다 선택지는 늘었지만 고민의 기준은 단순했다. 가격 대비 구성, 이른바 '가성비'다. 도시락 하나를 집어 든 그는 컵라면과 음료를 함께 계산한 뒤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벚꽃이 만개한 캠퍼스 한쪽. 그 주변으로도 10명 남짓한 학생들이 같은 방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김씨는 "일주일에 3~4번은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다"며 "요즘 대학가에서도 점심값이 기본 1만원은 넘는데 도시락은 5000원 수준으로 해결할 수 있어 부담이 훨씬 덜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부모님은 늘 건강을 걱정하신다. 그래도 이 가격에 다양한 반찬까지 갖춰진 식사를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상 이것뿐"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1인 가구에 편의점 도시락은 없어선 안 되는 존재가 됐다"며 "가격은 유지하면서도 더 다양하고 건강한 제품이 나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직장인 김수빈씨(28) 역시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출장이 잦은 그는 일정에 쫓기듯 식사를 해결해야 할 때가 많다.

김씨는 "주 4회 이상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다"며 "시간이 없을 때 빨리 먹을 수 있고, 가격 대비 반찬 구성이 다양해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에게 편의점 도시락은 단순히 '저렴한 식사'가 아니라 시간을 아끼는 '도구'이기도 하다. 식당을 찾고 대기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업무 효율과도 직결된다. 물론 주변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그렇게 자주 먹어도 괜찮냐"는 우려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그는 인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지적했다.

김씨는 "편의점 음식은 무조건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이 있는데 요즘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가성비와 편의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조금은 완화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치솟는 점심값에 누군가는 식사를 줄이고 누군가는 메뉴를 바꾼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편의점으로 향한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얼마에 한 끼를 때울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편의점 도시락은 그렇게 조용히 일상의 한 축을 떠받치고 있다.
 
10명 중 4명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용"…일상 녹아든 편의점 도시락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대학생부터 젊은 직장인까지 수요층이 확대되며 도시락 시장 역시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를 제외한 주요 편의점의 도시락 매출은 최근 5년간 매년 20% 안팎 성장률을 기록했다. 사실상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온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장 배경으로 외식 물가 상승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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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이 20·30대 청년층과 직장인 111명을 대상으로 편의점 도시락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42.3%가 월 1회 이상 편의점 도시락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그래픽=아주경제]
 
실제 대표적인 점심 메뉴 가격은 큰 폭으로 뛰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김치찌개는 2017년 평균 5731원에서 2026년 8654원으로 51%올랐고, 김밥 한 줄 역시 2077원에서 3800원으로 82.9% 상승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이 지난 15일 기준 서울 3대 업무지구(광화문·여의도·강남) 지하철역 반경 1㎞ 이내 식당 총 1200여 곳(각 400여 곳)을 대상으로 점심 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균 점심값은 1만4635원으로 집계됐다. 지역별 점심값은 여의도 1만6208원, 광화문 1만4520원, 강남 1만3179원 순으로 높았다.

1만원 미만으로 식사가 가능한 식당은 여의도 17.75%(71곳), 광화문 23.5%(94곳), 강남 24%(96곳)에 그쳤다. ‘1만원 미만 점심’이 사실상 희소해진 것이다.

높아진 점심값에 편의점 도시락 수요는 자연스레 커지고 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이 20·30대 청년층과 직장인 111명을 대상으로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42.3%가 "월 1회 이상 편의점 도시락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 이상이 정기적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찾고 있는 셈이다.

이용 시간대는 저녁(49.5%)이 가장 많았고 점심(31.6%), 심야(12.8%)가 뒤를 이었다. 점심값 부담에서 시작된 수요가 저녁 식사까지 확장되며 '하루 한 끼 대안'으로 자리 잡는 양상이다.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도 긍정적인 편이었다. 응답자 65.7%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부정 평가는 34.2%에 그쳤다. 긍정 응답자들은 주된 이유로 '편의성'을 가장 많이 꼽았고 '가격 경쟁력'이 뒤를 이었다.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기준이다.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이유는 편의성과 가격이지만 실제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메뉴 구성'(53.1%)이었다. 가격(18.9%), 맛(12.6%)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단순히 저렴한 식사를 넘어 한 끼의 '완성도'를 따지는 소비 패턴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가격에 대한 평가는 '보통'(61.2%)이 가장 많았고 '저렴하다'(18.9%)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긍정 평가가 80%에 달해 가격 대비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용 빈도가 늘어난 만큼 아쉬움도 함께 제기됐다. 부정 인식을 가진 응답자 가운데 52.6%는 건강·영양 문제를 이유로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채소·나물 반찬 부족, 과도한 나트륨과 자극적인 간, 튀김류 위주 구성, 플라스틱 과대 포장 등이 주요 개선 과제로 지적됐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 "용기 구조로 양을 많아 보이게 하는 건 소비자를 속이는 느낌이다" "먹고 나면 조미료 맛이 입안에 남는다"는 의견 등도 이어졌다.
 
편의점 도시락, 정말 몸에 안 좋을까?…4대 오해 따져보니
강태재 경기푸른미래관 영양사가 지난 9일 아주경제 탐사보도팀과 만나 편의점 도시락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민재 기자
강태재 경기푸른미래관 영양사가 지난 9일 아주경제 탐사보도팀과 만나 편의점 도시락 영양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사진=김민재 기자]

외식 물가 상승에 편의점 도시락이 '일상적인 한 끼'로 자리 잡았지만 이를 둘러싼 불신은 여전히 남아 있다. 소비는 늘었지만 신뢰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과연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우려는 사실일까.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하나씩 짚어봤다.

가장 널리 퍼진 오해는 '전자레인지 사용 시 유해물질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편의점 도시락 용기 사용과 관련해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편의점 도시락에 주로 쓰이는 용기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다. PP는 고온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소재로,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대표적인 식품용 플라스틱이다. 정상적인 사용 환경에서 유해물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최근에는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한 소재 전환도 진행되고 있다. 옥수수·사탕수수 등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한 폴리락틱애시드(PLA)는 특정 조건에서 약 180일 이내 분해가 가능하고 기존 소재 대비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도시락 포장재로 PLA를 사용하고 있다"며 "발암물질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트륨 함량 역시 대표적인 논란 거리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 1개의 나트륨 함량은 1101~1721㎎ 수준이며 세계보건기구(WHO) 일일 권고량(2000㎎) 중 절반 이상을 한 끼에 섭취하게 된다. 다만 이를 편의점 도시락에 국한된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짬뽕 한 그릇의 나트륨 함량은 약 4000㎎에 달하고,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역시 평균 2000㎎을 웃돈다. 국물과 발효식품 중심인 한식 식단 구조상 외식 메뉴 전반이 고나트륨 경향을 띠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편의점 도시락은 영양 성분을 포장지에 명확히 표시하도록 돼 있어 수치가 더 직접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반면 일반 식당 음식이나 가정식은 정확한 나트륨 함량을 알기 어렵다.

영양 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그러나 최근 제품들은 과거와 비교해 구성과 영양 설계 측면에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 한 끼 평균 열량은 약 716㎉로 성인 하루 권장량 대비 약 35% 수준이다. 단백질은 대부분 제품이 한 끼 필요량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평가 또한 '완전식에 가깝지는 않지만 충분히 균형 잡힌 한 끼에 근접하고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강태재 경기푸른미래관 영양사는 "최근 도시락은 탄수화물 비중을 줄이고 단백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전체적인 영양 수준은 10점 만점 기준 7점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일류와 유제품군이 부족한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강 영양사는 "샐러드나 과일, 삶은 달걀 등을 함께 섭취하면 혈당도 서서히 오르고 영양 균형도 보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방부제 사용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 유통 구조를 보면 이 같은 인식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편의점 도시락 소비기한은 통상 2~3일 수준으로 짧고 대부분 전날 또는 당일 생산된다. 냉장 유통과 밀봉 포장으로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방부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방부제나 보존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소비기한이 굉장히 짧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영양·구성에 흠잡을 데 없어"…블라인드 테스트에 외식 전문가도 호평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짚어본 결과 상당수는 과장되거나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실제 소비자 체감은 어떨까.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지난 15일 외식 전문가와 일반 소비자로 구성된 평가단 4인과 함께 주요 편의점 대표 도시락 4종을 블라인드 테스트했다. 평가는 맛·양·간·영양·구성 등 5개 항목(각 5점, 총 25점 만점)을 기준으로 진행됐으며 이후 제품 정보와 가격을 공개한 뒤 가성비 점수(5점 만점)와 한 줄 평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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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이 지난 15일 편의점 대표 도시락 4종을 블라인드 테스트 한 결과.[그래픽=아주경제]

평가 결과 1위는 총점 86점을 기록한 '이마트24 손종원 셰프의 떡갈비정식 도시락'(5900원)이었다. 정찬희 비컨홀딩스 총괄 셰프는 "편의점 도시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만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중량 475g에 단백질 28g(하루 권장량 대비 51%)을 담으면서도 열량·지방·나트륨 수치는 경쟁 육류 도시락보다 낮아 맛과 영양의 균형을 갖췄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20대 직장인 원윤민씨는 "간편하게 먹는 게 편의점 도시락의 취지인데 그에 맞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2위는 총점 78점을 받은 'GS25 혜자로운 한상가득 도시락'(5900원)으로 평가단 전원이 '양' 항목에서 만점을 부여했다. 반면 3위 '세븐일레븐 고기올인원 도시락'(5600원·69점)과 함께 육류·튀김 중심의 구성으로 인해 영양 항목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30년 차 주부 김수진씨는 "우리 아이들이 매일 먹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쓰일 것 같다. 튀김이나 제육 위주라 영양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최하위는 'CU 밥도둑 계란장 김치제육 도시락'(5800원·62점)이 차지했다. 4종 가운데 중량은 394g으로 가장 적은 반면 나트륨은 1650㎎으로 하루 권장량 대비 83%에 달했다. 외식사업가 김세종씨는 "제작자 의도가 파악되지 않는다"며 가성비 항목에서 1점을 부여했다.

전반적으로 평가단은 "편의점 도시락이라는 전제를 고려하면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제품에서 영양 불균형이나 나트륨 문제가 지적됐지만 기본적인 맛과 구성, 완성도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전문가들은 채소 구성만 보완된다면 "9000원까지도 사 먹겠다"며 프리미엄화 가능성에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반면 일반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르면 차라리 다른 곳에서 한 끼를 먹겠다"고 선을 그었다. 품질 개선과 가격 경쟁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핵심 과제로 보인다.
 
"싸다고 대충 만드는 거 아냐…편의점 도시락 종합예술과 같아"
전하윤 BGF리테일 수석이 지난 9일 아주경제 탐사보도팀과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인터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사진BGF리테일
전하윤 BGF리테일 간편식품팀 수석이 지난 9일 아주경제 탐사보도팀과 편의점 도시락에 대해 인터뷰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BGF리테일]

편의점 도시락이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았지만 공장식 생산 방식과 원재료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현직 개발자를 만나 편의점 도시락 제작 과정을 살펴봤다.

지난 9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BGF리테일 본사에서 전하윤 간편식품팀 수석과 만나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풀었다. 전 수석은 지난 10년간 간편식을 개발한 업계 전문가다.

"하루 종일 경쟁사 동향 보고, 해외 기사 찾고…, 우리 팀은 편의점 도시락 생각만 하는 사람들밖에 없어요."

BGF리테일 별관에 마련된 개발 공간은 점심시간 풍경도 남다르다. 종이 울리면 팀원들은 밖으로 나가는 대신 시제품을 들고 모여 앉는다. 관능 평가를 겸한 식사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전 수석은 "계속 먹다 보니 체중이 많이 늘었는데 그것도 직업병"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의 출발점은 '조리'였다. 콘래드 서울 등 특급 호텔에서 약 10년간 오픈 멤버로 일했던 그는 일본 홋카이도 니세코 파견 시절에 한적한 시골 세븐일레븐에서 접한 간편식의 완성도에 충격을 받았다.

귀국 후 외식산업경영 대학원에 진학했고 마침 불어온 도시락 시장의 성장 흐름 속에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전 수석은 가족과 일본 여행 중에도 편의점에 들러 어떻게 이런 성상(性狀)을 구현했을까 하고 본능적으로 도시락을 분석한다고 한다. 이 같은 그의 습관은 도시락에 대한 남다른 진심을 보여준다.

그가 편의점 도시락을 '종합 예술'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5년 12월 업계가 스타 셰프·연예인 협업 도시락을 동시에 선보이며 경쟁이 본격화된 이후 원료·가공·용기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지금 수준까지 진화했기 때문이다.

전 수석은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가성비의 비밀'에 대해 규모의 경제를 핵심으로 꼽았다. 전국 1만8000여 개 점포망을 기반으로 납품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단가를 낮추고 국내 조달이 어려운 원재료는 글로벌 트레이딩 조직을 통해 직접 확보한다는 것이다. 뼈가 붙은 LA갈비, 특급 호텔 납품 수준인 백김치, 유명 프랜차이즈와 동일한 수준인 빵과 패티까지 활용할 수 있는 이유다. 그는 "요즘 물가에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는 건 돈을 버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양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추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고객들이 다 아시기 때문에 그런 속임수는 통하지 않고 윗선에서도 타협을 허락하지 않는 확고한 선이 있다"고 했다.

생산 과정 역시 흔히 생각하는 자동화 이미지와는 다르다. 한 생산 라인에 작업자 15~20명이 투입돼 반찬을 하나하나 손으로 담아내는 수작업 공정이 병행된다. 특히 기술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공정은 ‘밥’이다. 냉장 유통 과정에서 전분 노화로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정 3일 이내인 쌀을 사용하고 전용 취반 설비를 통해 스팀으로 쌀을 익히는 방식까지 도입했다. 기온과 습도에 따라 물의 양과 뜸 들이는 시간까지 조정하는 과정은 '장인에 가깝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또 전 수석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편의점 '조합'도 제안했다. 단백질 보충을 위해 계육 제품을 함께 구성하거나 디저트로 군고구마와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는 방식이다. 끝으로 전 수석은 편의점 도시락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로 "특급 호텔 주방 못지않게 깨끗한 공정에서 만드는 만큼 안심하고 사 드셔도 된다"고 강조하며 도시락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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