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메가특구 추진, 지역과 산업을 동시에 살릴 기회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메가특구’라는 새로운 정책 도구를 꺼내 들었다. 시도 경계를 넘어 광역 단위로 산업을 묶고, 규제와 재정·세제·금융·인재 지원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기존 소규모 특구를 넘어 국가 차원의 성장 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역균형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정책 의지가 보다 명확한 형태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구상의 핵심은 ‘집적’이다. 정부는 로봇, 재생에너지, 바이오, AI 자율주행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광역 특구를 조성하고 네거티브 규제와 신속 인허가 등 최고 수준의 규제 특례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재정·금융·세제·인재·인프라 등 7대 패키지 지원을 결합해 기업 투자와 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유도하겠다는 구조다.
 
이는 기존 정책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지금까지 특구는 전국에 분산돼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했고 규제 완화 효과 역시 제한적이었다. 정부 스스로도 2400여 개 특구가 운영됐지만 체감 성과는 크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메가특구는 이 분산 구조를 걷어내고 산업별로 ‘덩어리’를 키우겠다는 점에서 방향 전환의 성격을 가진다. 이 접근은 국제 경쟁 환경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첨단 산업은 더 이상 개별 기업이 아니라 클러스터 단위로 경쟁한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모두 공급망과 연구개발, 인재가 결합된 집적 구조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메가특구는 이러한 흐름을 정책적으로 따라가겠다는 선언이다.
 
다만 정책의 성패는 설계보다 실행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첫 번째 변수는 ‘선택과 집중’이다. 광역 단위라는 이름 아래 지역 안배가 개입되는 순간, 정책은 다시 분산으로 회귀한다.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와 지역 정치 논리가 충돌할 경우 메가특구는 또 하나의 이름뿐인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규제 혁신의 실효성이다. 정부는 네거티브 규제와 규제 샌드박스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변화는 인허가 속도와 불확실성 해소에서 결정된다. 실제로 인허가 기간 단축, 행정 절차 간소화 등 구체적 제도 변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투자 유인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인재와 정주 환경이다. 메가특구가 산업 단지에 머무르면 지속 가능성은 확보되지 않는다. 정부가 지역 거점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인재 양성과 창업 생태계 구축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산업, 교육, 생활 인프라가 하나의 구조로 결합되지 않으면 특구는 외형만 남게 된다.
 
정책의 지속성도 중요하다. 메가특구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사업이 아니다. 정권 변화와 관계없이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없다면 기업의 장기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대규모 재정과 규제 특례가 결합되는 만큼 성과 평가와 책임 구조 역시 명확해야 한다.
 
메가특구는 지역 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카드다. 분산이 아니라 집적, 지원이 아니라 생태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접근이다. 그러나 방향이 옳다고 해서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선택과 집중, 실질적 규제 혁신, 인재 확보, 정책의 일관성이 맞물릴 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설계의 정밀도다. 하나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메가특구는 또 하나의 정책 실험으로 남게 된다. 반대로 제대로 작동한다면 지역과 산업을 동시에 살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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