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尹, 소주나 한잔하려 부른 줄 알았다...비상계엄 사전에 알지 못해"

  • "尹, '반국가세력 척결' 등 언급...'국민이 허락하겠느냐'며 만류"

  • 특검 측 질문에 재판 내내 모르쇠...CCTV 영상 틀어줘도 "기억나지 않는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사건에 대한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사건에 대한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대통령실로 소집됐을 당시 술 한잔 하러 부르는 줄 알았다고 발언했다.

15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민성철·이동현)는 내란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조은석 내란특검팀(특검)은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장관에게 당시 윤 전 대통령이 호출 했을 때의 상황을 물었고 박 전 장관은 "대통령이 소주나 한잔하자고 부른 줄 알았다"고 답했다.

그는 당일 행적에 대해 오후 7시 40분경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고 대통령실로 향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도착 전까지 계엄 선포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며 "먼저 도착해 집무실에 들어가니 대통령이 시국 상황과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반국가세력 척결' 등을 언급하다 마지막에 비상계엄 이야기를 꺼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장관은 당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생각지도 못한 말을 해서 '이 상황을 계엄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민이 허락하겠느냐'는 취지로 만류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 장관이 집무실에 들어왔을 때의 심경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대통령이 마음이 편치 않아 소주나 한잔하자고 부른 줄 알았다. 이 장관도 그런 이유로 불려 온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신문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이 전 장관이 국회나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 등에 관여했는지 여부였다. 검찰과 변호인은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가 도착하기 전, 집무실에 머물던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 전 장관, 이 전 장관 등 4명 사이의 대화 내용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 전 장관측 변호인은 박 전 장관에게 "피고인(이상민)이 소방서 단전·단수 관련 구두 지시를 하거나 받은 기억이 있느냐"고 물었고, 박 전 장관은 "전혀 기억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구체적인 워딩이나 세부적인 행동은 뇌리에 남아 있지 않다"며 거듭 된 질문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김 전 장관이 이 전 장관에게 특정 문건을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했다. 

다만 박 전 장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집무실에 있던 국무위원들 모두 (비상계엄을)처음 듣는 듯한 분위기였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며 "김 전 장관을 제외하고 계엄에 찬성하는 국무위원은 본 기억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 전 장관이 거듭 된 질문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자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작성한 수첩을 제시하며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참석자들의 발언을 나름대로 메모한 것일 뿐,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특검팀은 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틀어 박 전 장관이 자켓 안주머니에서 서류를 꺼내거나 다른 장관들이 문건을 들고 있는 장면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박 전 장관은 "나중에 영상을 보고서야 '저게 나였나' 싶을 정도로 당시 경황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계엄 선포문은 집무실에서 하나 챙겼던 것으로 기억하며, 포고령 등은 나중에 사무실에 복귀한 뒤에야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이날 박 전 장관에게 당시 상황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의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라고 인식했느냐"고 물었고, 박 전 장관은 "실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보의 불균형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모르는 상황이 있나 싶었지만, 계엄으로 해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해 무조건 만류하려 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이후의 군 병력 출동이나 구체적인 통제 계획에 대해서도 "전혀 들은 바 없다"고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오는 22일 변론을 종결하고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상민 전 장관은 결심 공판에서 약 30분간 최후진술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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