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연구 성과와 영향력은 일부 학회와 소수 연구자에게만 집중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15일 AI 검색 에이전트 스타트업 라이너의 '라이너 스콜라(Liner Scholar)'를 활용해 학술 데이터 4억6000만건을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주요 AI 학회 11곳에서 발표한 논문은 총 8만7137편으로 집계됐다.
분석 결과 현재 AI 연구는 단순 양적 성장뿐 아니라 특정 학회 중심으로 구조화하고 있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 AI 연구 중심축은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eurIPS), 국제머신러닝학회(ICML), 표준학습학회(ICLR)로 압축된다. 이들 세 곳은 머신러닝 이론부터 딥러닝, 생성모델까지 AI 전반을 아우르는 최상위 학회로 꼽힌다.
특히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는 전 세계 AI 연구자와 빅테크 기업이 대거 참여하는 최대 규모 학회다. 2024년 기준 1만5671편이 제출돼 4035편이 채택되며 약 25%에 이르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제머신러닝학회는 수학적 이론과 알고리즘 중심 연구에서 강점을 보였다. 표준학습학회는 오픈 리뷰 기반 구조를 바탕으로 생성형 AI와 파운데이션 모델 연구 확산을 이끄는 학회로 자리 잡았다.
분야별로 보면 학회 쏠림은 더욱 뚜렷했다. 컴퓨터비전 분야에서는 컴퓨터비전·패턴인식학회(CVPR)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이미지·영상 인식, 자율주행, 의료 영상 등 산업 적용성이 높은 연구가 집중되는 학회로 '비전 분야 세계 1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4년에 1만1532편이 제출돼 2719편이 채택됐으며 채택률은 23.6% 수준이다.
자연어처리(NLP) 분야 역시 특정 학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전산언어학회(ACL)는 언어모델, 번역, 챗봇 등 NLP 전반을 다루는 최고 권위 학회로 대형언어모델(LLM) 확산 이후 영향력이 더 커졌다. 실제 전산언어학회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언어모델(LLM) 관련 논문 수는 최근 3년 사이 약 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연구 중심이 언어 기반 모델로 이동했음을 방증하는 지표다.
연구 주제 변화도 수치로 확인된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주요 논문 2만6104편을 분석한 결과 비전-언어모델(VLM)과 LLM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서 40%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확산 모델 비중도 8%에서 19.2%로 증가했다. 개별 알고리즘 성능 개선 중심이던 연구가 초거대 모델과 멀티모달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키워드 수준에서도 뚜렷하다. 최상위 학회 논문 분석 결과 최근 AI 연구는 △VLM·LLM △확산모델 △3D·비디오 등 세 축으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VLM·LLM은 2년 만에 비중이 2.5배 증가했다. 확산 모델도 생성 품질 중심에서 제어 가능성, 추론 속도, 경량화 중심으로 연구 방향이 이동하고 있다.
연구 방식 자체도 변화하고 있다. 지시 수행(Instruction Following)과 추론 중심 연구 비중은 증가한 반면 객체 인식 등 전통적인 태스크는 감소했다. 저순위적응(LoRA) 등 경량 파인튜닝 기법이 빠르게 확산하는 반면 자기 지도 학습은 비중이 줄어드는 등 대형 모델을 전제로 한 후속 최적화 연구가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논문 생산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컴퓨터비전·패턴인식학회 기준 상위 1% 연구가 전체 논문 가운데 절반 이상을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학회에서 5편 이상 논문을 발표하는 연구자도 250명 이상에 달했다. 일부 연구자는 논문을 연간 80편 이상 발표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대규모 데이터와 연산 자원을 확보한 빅테크와 주요 연구 기관 중심으로 연구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일부 학회에서는 이 같은 쏠림을 완화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국제인공지능공동학회(IJCAI)는 저자당 연간 논문 제출 수를 8개로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성별 격차도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남성 연구자 논문 수는 여성보다 1.3배 많았다. NLP 분야에서 여성이 제1 저자인 비율은 30.3%에 머물렀다. 평균 피인용 수 역시 여성 36.4회, 남성 52.4회로 격차가 나타났다.
이러한 원인은 채택률보다 논문 투고 단계에서 더 크게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AI 연구는 지난 10년간 8만편 이상 논문이 쏟아지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동시에 학회·주제·연구자 중심의 집중 구조도 한층 강화되는 양상이다. 연구 생태계는 확장과 집중이라는 두 흐름이 맞물리며 구조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