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반 동안 전 세계를 전쟁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중동 전쟁이 비로소 잦아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의 2차 협상 가능성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특유의 화법으로 "이틀 내 무언가 있을 것"이라며 종전 협상 타결을 예고했다. 이 같은 소식에 종전 기대감이 커지며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모처럼 훈훈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안도감에 취해 있을 여유는 없다. 전쟁의 총성이 멎어가는 자리에 다시 '관세'라는 이름의 경제적 살상 무기가 기지개를 켜고 있기 때문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통해 오는 7월 초까지 관세 수준을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절차의 복구가 아니다. 중동에서 총칼을 휘둘렀던 트럼프 행정부가 이제 그 총구를 다시 세계 무역 시장으로 돌리겠다는 선전포고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왜 지금, 다시 관세인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자신이 일방적으로 주도한 이란과의 전쟁은 막대한 군사비 지출과 국제적 고립만을 초래했을 뿐, 미국에 실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오히려 민간인 피해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국내외로부터 전방위적인 비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올해 치러질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아야 하는 트럼프에게 있어, 중동에서의 지지부진한 군사 성과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정치적 생존을 위해 무언가 확실한 '돌파구'를 마련해야만 하는 절박한 시점인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뒤끝' 섞인 보복 심리다. 그는 자신이 시작한 이란 전쟁에 전적으로 동참하지 않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동맹국들을 향해 이를 갈아왔다. 이 같은 보복 심리는 통상 분야의 보복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고, 특히 자동차,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국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손쉬운 먹잇감이 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우리는 중동의 종전에 환호하기보다, 그 뒤에 숨은 트럼프의 차가운 계산기를 경계해야 한다. 외교부는 미 행정부 내 통상 라인과의 채널을 총동원해 우리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논리를 구축해야 하며, 산업계는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 공급망과 수출선을 다변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유럽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협박에 대응해 '미국 없는 나토' 구상에 착수했다.
결국 국제 정치의 비정한 현실은 '관세에서 전쟁으로, 다시 이제는 관세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 갇혀 있다. 총성이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평화가 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전장(戰場)에서 우리를 향한 포격은 더 정교해지고 있다. 전쟁의 끝은 평화가 아니라, 더 치열한 생존 싸움의 시작일 뿐이다. 정부와 민관이 하나로 뭉쳐 이 냉혹한 통상 전쟁의 파고를 넘지 못한다면, 우리는 중동의 포화보다 더 무서운 경제적 고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 신발 끈을 조여 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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