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컬럼] 삼성바이오·셀트리온이 끌고, 삼천당이 흔들었다…'순위' 뒤에 숨은 K-바이오의 진짜 경쟁

숫자는 때로 산업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드러낸다.
4월 제약 상장기업 브랜드평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위를 셀트리온이 2위를 삼천당제약이 3위를 차지했다. 이 순위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3월 14일부터 4월 14일까지 약 7360만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도출한 결과다. 표면적으로 보면 익숙한 구도다. 그러나 이 숫자를 단순한 서열로 받아들이는 순간 지금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더 큰 변화를 놓치게 된다. 이번 순위는 누가 앞섰느냐보다 시장이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여전히 산업의 중심에 서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위탁생산 시장에서 생산능력과 수주 기반 그리고 고객 포트폴리오를 통해 이미 사업 모델을 입증했다. 셀트리온 역시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글로벌 매출 흐름을 만들어내며 확장 가능한 사업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최근 시장 환경 속에서 두 기업 모두 일정 부분 변동성을 겪고 있다. 금리 상승과 유동성 축소 그리고 글로벌 리스크는 특정 기업만 피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이 두 기업이 여전히 1위와 2위를 유지하는 이유는 기대가 아니라 설명 가능한 흐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삼천당제약은 이와 다른 방식으로 시장의 중심에 올라섰다. 경구용 인슐린 기대감으로 단기간 급등했다가 빠르게 조정됐다. 지분 매각 추진과 철회 그리고 기술과 계약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동시에 작용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사안의 사실 여부를 넘어서 시장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가다. 과거라면 성장 스토리가 시간을 벌어줬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가 6일 서울 서초구 삼천당제약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가 6일 서울 서초구 삼천당제약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설명되지 않는 영역은 곧 할인 요인이 된다.

삼천당제약 사례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평가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 변화는 중간 그룹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은 신약 파이프라인과 글로벌 전략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성과가 언제 실적으로 연결되는가를 묻는다. SK바이오팜은 신약 상업화를 통해 수익 흐름을 증명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은 백신 사업을 중심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원료의약품 경쟁력을 기반으  저  장  로 HK이노엔은 제품 중심 전략으로 시장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하나다.

무엇으로 돈을 벌고 있는가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트북LM
[노트북LM]


반면 상당수 기업은 여전히 전환의 과정에 있다. 대웅제약 광동제약 보령 일동제약 휴온스글로벌 코오롱생명과학 종근당 녹십자 등은 기존 사업 기반 위에서 신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이 과정 자체는 자연스럽다. 문제는 시장이 더 이상 과정만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제는 결과뿐 아니라 그 결과로 이어지는 경로까지 설명해야 한다.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 성장 경로가 얼마나 명확한가가 평가 기준이 됐다.


이 같은 변화는 거시 환경과 맞물려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금리 상승과 유동성 축소는 투자자의 판단 기준을 바꾼다. 자금이 풍부할 때는 미래 스토리가 프리미엄을 만든다. 그러나 자금이 줄어들면 현재의 확실성이 중요해진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과 유가 상승까지 겹치며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 결국 불확실성이 큰 산업일수록 더 강한 검증을 요구받는다. 바이오 산업이 바로 그 대상이다.

거시 환경은 신뢰의 기준을 더 엄격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금융당국의 공시 개선 움직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공모가 산정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하고 연구개발 진행 상황과 리스크 요인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다. 이는 시장이 요구하는 설명 가능성을 제도화하는 과정이다. 앞으로 기업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그 기술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익으로 연결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이 변화는 특히 한올바이오파마 신풍제약 부광약품 현대약품 등 중견 기업들에게 더욱 직접적인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 K바이오 산업은 기대의 시대에서 증명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성장 가능성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면 이제는 그 가능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이미 그 기준을 충족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시장이 그 기준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이제 질문은 단순하다.
기술은 검증 가능한가
사업은 지속 가능한가
정보는 이해 가능한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는 기업만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번 브랜드평판 순위는 그 출발점일 뿐이다. 앞으로의 순위는 더 빠르게 더 크게 바뀔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기준은 이미 정해졌다.
설명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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