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공시는 끝"…금감원, 운용사 의결권 행사 프로세스까지 점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금융당국이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 단순 공시 점검을 넘어 주주권 행사 프로세스와 이해상충 관리 체계까지 들여다봄으로써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수탁자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14일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법 제87조에 따라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및 공시 현황 전반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점검 대상은 2025년 4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의결권을 행사한 내역을 한국거래소에 공시한 공·사모 자산운용사 약 500여 곳이다.

금감원은 우선 의결권 행사 및 공시의 충실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의결권 행사 또는 불행사 사유 기재 여부 △내부 지침 공시 여부 △공시서식 작성 기준 준수 여부 등을 들여다본다. 

특히 ‘펀드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적음’, ‘주주권리 침해 없음’ 등 추상적 사유를 기재한 채 의결권을 일괄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사례는 미흡 사례로 판단할 방침이다. 반면 안건별로 반대 근거를 내부 지침에 따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의결권 행사·공시 제도는 자산운용사가 투자자 이익 보호를 위해 펀드가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충실히 행사하고, 그 내용을 공시하도록 한 장치다. 공시 대상은 펀드별 자산총액의 5% 또는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상장법인이며, 전년 4월 1일부터 당해 연도 3월 31일까지의 행사 내역을 매년 4월 30일까지 공개해야 한다. 공시에는 의결권 행사 내용뿐 아니라 내부 지침, 펀드별 소유 주식 수, 운용사와 의결권행사 대상 법인 간 관계 등이 포함된다.

올해는 공모운용사의 주주권 행사 프로세스 구축 여부도 추가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점검 대상은 2026년 3월 말 기준 공모운용사 77개사로 △의결권 행사 기준 등을 포함한 주주권행사 프로세스가 구축됐는지 △수탁자 책임 활동을 수행할 조직과 인력을 갖췄는지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해상충을 관리할 장치가 마련돼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한다. 단순히 공시를 했는지를 넘어서 실제로 독립적이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점검은 그간 추진해 온 제도 개선의 연장선에 있다. 금감원은 2023년 10월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인 ‘자산운용사의 의결권행사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정한 데 이어, 의결권 행사 내역 점검과 올해 2월 CEO 간담회 등을 통해 운용사의 책임 강화를 유도해왔다. 최근 주주권익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가 확대되면서 자산운용사의 수탁자 역할이 한층 강조된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간 점검 결과는 일정 부분 개선 흐름을 보여왔다. 2024년 점검에서는 274개 운용사가 2만7813개 안건을, 2025년에는 273개 운용사가 2만8969개 안건을 대상으로 점검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의결권 행사 사유를 형식적으로 기재하거나 일괄 불행사하는 등 불성실 기재 비율은 96.7%에서 26.6%로 크게 낮아졌다. 의결권 행사 자체 지침 공시 비율도 55.8%에서 79.1%로 상승했고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반영 비율 역시 18.6%에서 59.3%로 개선됐다. 공시 서식 오류 비중도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등 양적·형식적 측면에서는 진전이 있었다.

다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실질적인 의결권 행사 충실성 측면에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형식적 공시는 개선됐지만, 개별 안건에 대한 판단 근거 제시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측면에서는 미흡한 사례가 남아 있다는 판단이다.

금감원은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6월 말 우수 및 미흡 운용사 사례를 공개하고, 7월 중 간담회를 통해 모범 사례를 공유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자산운용사의 충실한 의결권 행사 관행이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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