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주사(IV) 중심이던 생물의약품 시장이 피하주사(SC)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투여 방식 변화가 단순 편의성을 넘어 매출 구조까지 바꾸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제형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는 이달부터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SC 제형에 대한 보험 코드(J-code)가 적용됐다. 보험코드가 부여되면 병원과 보험사 간 행정 절차가 간소화돼 처방 접근성이 높아진다. 업계는 이를 계기로 SC 전환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형 전환이 실적으로 이어진 사례는 시장에서 다수 확인된다. 얀센의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다잘렉스'는 SC 제형 출시 이후 3년 만에 SC 제형이 매출 비중의 약 90%에 이르렀다. 이에 힘입어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같은 약이라도 투여 방식이 처방과 매출을 동시에 바꾼 것이다.
키트루다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IV 제형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317억 달러(약 46조원)에 달하지만, SC 제형 역시 출시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4000만달러(약 586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UBS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 미국 키트루다 SC 시장이 약 80억 달러(약 12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SC 제형으로의 전환이 확산되는 배경으로는 단연 편의성과 치료 효율이다. 기존 IV 제형은 1시간 이상 투여와 병원 방문이 필수였지만, SC 제형은 5분 이내 투여가 가능하고 자가 주사도 가능하다. 그동안 SC 제형은 자가면역질환 등에 주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의료진 관찰이 필수적이던 항암 치료 영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약효 뿐 아니라 치료 지속성까지 포함한 경쟁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술 경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약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하느냐가 처방 선택을 좌우하기 시작하면서 SC 제형전환 기술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제형 전환 기술을 확보한 기업을 중심으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 할로자임은 '인핸즈' 기술을 통해 로슈의 면역 항암제 '티쎈트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면역 항암제 '옵디보' 등 주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SC 전환을 이끌었다.
국내에서는 알테오젠이 '하이브로자임' 플랫폼 'ALT-B4'를 앞세워 추격에 나서고 있다. 피부 내 히알루론산을 일시적으로 분해해 약물 확산 통로를 만드는 방식으로, 대용량 항체 치료제도 피하 투여가 가능하도록 한 기술이다. 올해 1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3월 바이오젠과의 계약을 포함해 글로벌 제약사 8곳이 해당 플랫폼을 도입해 SC 제형 개발을 진행 중이다.
후발 주자들의 진입도 이어지고 있다. 휴온스글로벌 산하 연구·개발(R&D) 자회사 휴온스랩은 '하이디퓨즈' 플랫폼을 기반으로 IV 제형을 SC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셀트리온 역시 '짐펜트라'를 앞세워 SC 제형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그간 자사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한해 SC 전환 기술을 적용해 왔지만, 향후 외부 제약사를 대상으로 제형 전환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C 전환이 단순 제형 변경을 넘어 경쟁 구도를 바꾸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약 자체 뿐 아니라 전달 방식이 경쟁력"이라며 "환자 편의성과 치료 효율이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SC 제형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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