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전쟁 변수 다시 부각…추경 효과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중동발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협상 기대가 시장의 긴장을 일부 완화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결과는 그 기대가 아직 현실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전쟁이 종료된 것이 아니라 협상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관련 변수 역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확정한 것은 시기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고유가와 물가 상승, 소비 위축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은 분명하다. 특히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한 에너지 지원금, 농어업·교통 등 유류비 부담이 큰 분야에 대한 보완 조치는 민생 부담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신속 집행을 전제로 한 정책 설계 역시 효과를 높이기 위한 조건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번 추경은 성격상 ‘충격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비용 부담을 일부 보전하고 소비 위축을 완화하는 기능에는 의미가 있지만 외부 변수 자체를 통제하는 수단은 아니다. 중동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재정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협상 결렬이 시사하는 바도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 원유 수급 불확실성 등은 국제 유가와 물류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이러한 변화는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와 기업 비용 구조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 영향의 크기와 지속 기간은 향후 협상 진행 상황과 국제 정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정책 대응의 핵심은 ‘속도’뿐 아니라 ‘정교함’에 있다.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라 지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체계,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선별 지원, 공급망 불안에 대비한 점검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단기 대응과 함께 중장기적 에너지·산업 구조 대응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 역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이번 추경은 민생 안정이라는 목적에 부합하지만 향후 추가적인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재정 대응 여력은 점차 제한될 수 있다. 재정은 필요한 시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구조적 대응을 병행하는 균형이 중요하다.


시장 또한 상황을 차분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협상 기대가 일부 조정되는 과정에서 유가, 환율, 글로벌 경기 흐름 등 주요 변수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 시점이다. 과도한 낙관이나 비관보다는 데이터와 상황 변화에 기반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번 추경은 위기 대응의 출발점이다. 중동 변수의 향방이 아직 불확실한 만큼 정책의 효과는 집행 과정과 외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책이 얼마나 신속하게 집행되느냐를 넘어 변화하는 상황에 얼마나 유연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느냐다. 지금부터가 정책 효과를 가늠할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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