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0만명 울린 단종의 눈물, 청계천 영도교 노란 산수유
겨우내 움츠렸던 청계천 수변을 따라 걷다 보면, 앙상한 가지마다 황금빛 불꽃이 터지듯 노란 산수유가 다닥다닥 매달려 봄을 알린다. 최근 1500만명 관객을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먹먹한 여운을 간직하고 싶다면 영도교 방문을 추천한다. 산수유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인데, 이는 단종과 정순왕후의 슬픈 사연과 절묘하게 맞물린다.
16세의 어린 나이에 영월로 유배를 떠나는 단종은 이 다리 위에서 정순왕후와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눴고, 두 사람은 끝내 살아서 다시 만나지 못했다. 백성들은 그 깊은 슬픔을 기려 이곳을 '영이별다리' 또는 '영영건넌다리'라 불렀다. 현재의 영도교는 청계천 복원 사업 때 새로 세워진 것이지만, 옛 역사의 흔적 위에 흐르는 물길은 여전히 코끝 찡한 여운을 전한다.
◆ 여의도 벚꽃의 고향은 창경궁?…밤하늘 밝히는 '서울달'
매년 4월이면 거대한 꽃 잔치 현장으로 변하는 여의도 윤중로는 가지가 맞닿아 만들어 내는 연분홍빛 벚꽃 터널로 서울을 대표하는 절경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눈부신 벚꽃길 뒤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
100년 전 서울에서 가장 이름난 벚꽃 명소는 여의도가 아닌 창경궁이었다. 일제가 창경궁 전각을 헐고 동물원과 식물원을 조성하며 수백 그루의 벚나무를 심었던 것이 그 시작이다. 1980년대 창경궁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이 벚나무들을 여의도로 옮겨 심으면서 오늘날의 윤중로 벚꽃길이 탄생한 것이다.
여의도의 낭만은 밤하늘로 이어진다. 여의도 공원 상공을 수직 비행하는 보름달 모양의 계류식 헬륨가스 기구 '서울달'에 탑승해 지상 약 130m 높이까지 떠오르면, 보석을 뿌린 듯 화려하게 빛나는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 '도시 속 작은 유럽' 양재천 튤립길과 거대한 꽃의 정원 양재꽃시장
양재천 영동1교에서 영동2교로 이어지는 약 2.5km 구간은 머리 위로 벚꽃이 흩날리고, 발 아래로는 형형색색의 튤립이 융단처럼 깔려 장관을 이룬다.
2000년대 초반 '도시 속 작은 유럽 장원'을 콘셉트로 매헌시민의숲을 재정비하며 심기 시작한 튤립은 이제 완벽한 봄의 전령사가 됐다. 오후 4시에서 6시 무렵 방문하면 따뜻한 황금빛 노을이 튤립의 색상을 한층 강조해 완벽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화사한 봄의 생동감을 내 방안으로 들이고 싶다면 인근의 양재 꽃시장이 훌륭한 선택지다. 국내 최대 규모의 화훼단지인 이곳은 수백 개의 점포가 밀집해 있어 마치 거대한 식물원을 탐험하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하며, 일반 방문객도 다채로운 품종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다.
◆ 진분홍 파도가 출렁이는 불암산과 고궁의 정취를 품은 경복궁
바위산인 불암산은 4월이 되면 산자락에 식재된 10만 그루의 철쭉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며 진분홍빛 천상의 화원으로 변모한다. 단단한 기암괴석과 수줍은 꽃잎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독보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무장애길을 따라 오르면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전망대에 닿아, 거동이 불편한 이들도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 탁 트인 봄 풍경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살랑이는 봄바람을 맞으며 거리를 걷기 좋은 계절, 저마다의 빛깔과 먹먹한 사연을 품은 서울의 봄꽃 명소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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