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박지원의 경고, 이재명 지지율 고공행진이 더 무섭다

  • …정치는 지금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정치는 늘 역설 위에 선다. 위기일 때보다 오히려 잘 나갈 때가 더 위험하다는 사실은 역대 정권의 흥망이 반복해서 증명해온 교훈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최근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는 것은 무섭다”고 밝힌 것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권력의 속성과 민심의 변화를 오랫동안 지켜본 정치인의 경험에서 나온 경고이자, 지금 정치권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기본 원칙에 가깝다.


박 의원은 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항상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며 여권의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지금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말조심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천 국면을 앞두고 “호남이나 영남에서도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은 지역 정치 현실과 함께, 정치권 전반에 퍼질 수 있는 안이함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정청래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5일 광주 동구 남동성당에서 신정훈·민형배 전남광주통합시장 예비후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청래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5일 광주 동구 남동성당에서 신정훈·민형배 전남광주통합시장 예비후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팩트 차원에서도 그의 진단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역대 정부를 돌아보면 지지율이 상승 국면일 때 오히려 내부 균열이나 돌발 악재가 발생하며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초기 지지율은 기대와 분위기에 의해 형성되지만, 하락은 구체적인 사건과 실수에서 촉발된다. 특히 금품, 특혜, 부적절한 처신과 같은 ‘작은 사건’이 정권 전체의 도덕성을 흔드는 계기가 되어왔다.


박 의원이 “금품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경고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국민은 하나만 나도 ‘구석기 정치’라고 보고 매서운 회초리를 든다”고 말했다. 이는 과장이 아니다. 최근 정치 환경에서 유권자는 단일 사건에도 강하게 반응하며, 그 파장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넓게 확산된다. 정치 신뢰가 취약한 상황에서는 작은 균열이 전체 구조를 흔드는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부분도 의미심장하다. “선거는 입은 풀고, 돈은 묶어라”는 말은 정치의 본질을 압축한 표현이다. 메시지 경쟁은 자유롭게 하되, 금권과 권력은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단순한 선거 전략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최소 기준이다. 이 기준이 무너질 때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함께 붕괴된다.


최근 논란이 된 일부 사례 역시 같은 기준에서 평가할 수 있다. 개인적 호의나 관행으로 여겨졌던 행동이 공적 기준에서는 문제로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인은 사적 판단이 아닌 공적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능력이 있다”는 평가와 “기준을 지킨다”는 평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정치에서는 후자가 훨씬 중요하다.


지금은 정권 초기다. 국정 동력이 살아 있고 지지율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는 시기다. 그러나 바로 이 시기가 가장 위험한 구간이기도 하다. 긴장감이 느슨해지고, 내부 경쟁이 본격화되며, 작은 판단 착오가 큰 정치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위기는 준비되지 않은 순간이 아니라, 방심한 순간에 찾아온다.


지지율은 결과이지 기반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든 변할 수 있으며, 유지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높이 올랐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다. 그 핵심은 결국 기본이다. 말 한마디의 절제, 공천 과정의 공정성, 금품과 특혜에 대한 단호한 차단이야말로 정치 신뢰를 지키는 최소 조건이다.


박지원 의원의 발언은 특정 진영을 넘어선 정치 일반에 대한 경고다. 잘 나갈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하고, 지지율이 높을수록 더 엄격해야 한다. 이는 오래된 이야기지만, 동시에 가장 자주 잊히는 원칙이기도 하다.


정치는 결국 신뢰의 문제다. 지지율은 바람처럼 움직이지만, 신뢰는 축적과 관리의 결과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라 기본으로 돌아가는 태도다. 박지원의 경고는 바로 그 지점을 향하고 있다. 지금이 가장 좋을 때가 아니라,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는 점을 정치권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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