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추경 희비...한숨 돌린 석화, '사각 지대' 해운은 초비상

  • 나프타 구매에 3개월간 5000억원 지원

  • 비싼 단발 나프타 구매에도 수익성 확보

  • 유류비 급등에도 해운사 지원은 없어

  • 중소선사 연쇄 파산 우려...호르무즈내 1일 20억 부담도

중동전쟁으로 플라스틱과 비닐 등 포장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31일 서울 중구 방산시장의 포장재 판매 점포를 찾은 한 시민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 약 26조원 규모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중동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과 해운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석화는 나프타 수입 비용의 일부를 직접 지원받으면서 비싼 스폿(단발)성 나프타를 구매해도 적자를 볼 가능성이 줄었지만, 해운은 전쟁 추경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중소 선사를 중심으로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쟁 추경이 편성되면 석화 산업의 필수 원료인 나프타 구매 지원에 1조원이 투입된다. 5000억원은 향후 3개월간 나프타 수입 비용 일부를 직접 지원하는 데 쓰이고, 5000억원은 전쟁 장기화를 대비한 목적예비비로 편성한다.

석화 업계에선 추경으로 인해 비싼 단발성 나프타를 구매하는 데 드는 부담이 줄어드는 점에서 기대감을 내비쳤다. 

산업부 등에 따르면 현재 석화 업계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나프타-에틸렌 가격차, 정제마진)는 t당 300달러 내외다. 다만 기존 계약 물량을 제외하고 일회성 나프타를 기준으로 정제마진을 산정하면 t당 200달러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정제마진이 t당 250달러를 넘어야 공장 가동을 위한 최소 비용은 건질 수 있는 것으로 본다. 국내 에틸렌이 t당 220만원(1430달러)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 중임에도 스팟성 나프타의 높은 도입 비용으로 인해 석화 업체들은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다. 플라스틱과 합성섬유를 만드는 데 필요한 프로필렌·파라자일렌 정제마진은 한때 0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재 수급 어려움에 적자 누적까지 겹친 최악의 상황인 만큼 추경을 통한 지원이 없으면 석화 공장(나프타분해설비)은 조만간 멈출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번 전쟁 추경 지원에서 빠진 소상공인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에틸렌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비닐, 플라스틱 등 최종 소비재 가격은 그대로라 공장 가동할수록 적자가 누적되고 있지만 정부가 아직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파이프 공장을 운영 중임 A사장은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원재료값이 일주일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라 공장 문을 닫는 게 차라리 더 나은 상황"이라며 "최종 제품 가격이 원재료 가격에 연동될 수 있도록 조달청 등이라도 나서서 힘써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해운 업계도 이번 전쟁 추경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되며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해운협회 등에 따르면 전쟁 여파로 해운비용 전반이 급격히 치솟고 있다. 선박 운항비에서 차지하는 유류비 비중은 기존 20~30% 수준에서 최대 50%까지 상승하고 저유황유와 저유황경유 가격은 각각 227%, 121%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전쟁보험료까지 1000% 이상 치솟으면서 선사들의 비용 부담은 사실상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내 발이 묶인 국내 선박은 총 26척에 달하며 이들 선박 한 척당 하루 약 20억원 규모의 용선료와 보험료, 지연비용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누적 피해액은 이미 700억원을 넘어섰으며, 현재 상황이 5월 말까지 이어질 경우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소 해운사의 부담이 더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억류된 26척 중 10척이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선사인 것으로 파악된다. 중소선사의 경우 평균 5척 미만의 선대를 운영하는 구조여서 일부 선박의 운항이 중단되면 곧바로 매출 감소와 유동성 악화로 이어지고, 심할 경우 폐업 위험에까지 직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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