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4일(현지시간)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모든 국가가 수출 금지나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기를 촉구한다"며 "글로벌 석유 시장 상황을 보면 지금이 가장 나쁜 시기다. 그런 조치는 교역 상대국과 동맹국, 이웃 국가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롤 총장은 특정 국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발언의 초점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중국은 5주째 이어진 전쟁에 대응해 휘발유·경유·항공유 수출을 금지한 유일한 주요 국가이며, 인도 역시 수출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비롤 총장은 "대형 정유 시설을 보유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수출 금지 조치를 재고해야 한다"며 "이들 국가가 수출을 계속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할 경우 아시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롤 총장은 일부 국가들의 사재기 움직임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IEA가 시장 안정을 위해 추진 중인 4억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공동 비축유 방출 조치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일부 국가들이 기존 재고를 더 늘리고 있다"며 "이들은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모든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일원임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근 재고가 증가한 국가로는 미국과 중국이 꼽힌다. 미국은 IEA 계획의 최대 기여국임에도 불구하고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 기준 재고가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중국 역시 4월 기준 육상 원유 재고가 약 13억 배럴로, 전월 대비 약 1억200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에너지 데이터 기업 오일엑스(OilX)는 전망했다.
FT는 이번 에너지 위기의 충격이 특히 아시아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며 일부 국가에서는 연료 배급과 근무일 축소 조치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비롤 총장은 공급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경고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4월에는 3월보다 두 배 많은 원유와 정제 제품이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쟁 이후에도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비롤 총장은 "우리는 해당 지역의 모든 주요 에너지 자산을 일일 또는 시간 단위로 추적하고 있다"며 "현재 72개의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고, 이 중 3분의 1은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위기가 1970년대 오일쇼크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 재편을 촉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오일쇼크가 원자력 발전 확대와 자동차 연비 개선, 북해 유전 개발로 이어졌던 것처럼 이번 위기 역시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롤 총장은 향후 원자력 부흥과 전기차 확대, 재생에너지 투자 증가가 나타나는 한편 일부 국가에서는 석탄 사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가스 산업에 대해서는 "4년 사이 두 차례의 에너지 충격 이후 신뢰 회복을 위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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