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자의 책 이야기 |인간·문화·자연] '한동훈 이야기'...배신자라는 이름의 십자가—권력과 인간 사이, 갈등의 드라마를 걷다

정치는 언제나 드라마다. 그러나 그 드라마는 허구가 아니라 현실의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선택과 충돌의 연속이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이 그려낸 한동훈의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검사로서의 원칙, 정치인으로서의 선택, 그리고 권력과의 긴장 속에서 형성된 한 인간의 궤적은 단순한 인물 서술을 넘어 하나의 드라마로 확장된다.
 
이 책은 그 서사를 ‘배신’이라는 가장 날카로운 언어로 관통한다. 책의 전반부가 검사로서의 한동훈을 다룬다면, 중반 이후는 정치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관계와 갈등의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그려낸다.
 
그 중심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놓여 있다. 두 사람은 한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움직였던 인물들이다. 법과 수사를 통해 권력을 견제하고, 제도적 정의를 구현하려 했던 공통의 기억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치라는 공간으로 이동하는 순간, 그 관계는 단순한 동지의 관계로 유지되기 어려워진다.
 
김경진은 이 대목을 매우 절제된 문장으로 풀어낸다. 권력은 언제나 중심을 요구하고, 중심은 결국 단일한 목소리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한동훈이라는 인물은 다수의 흐름 속에 자신을 완전히 동일화하지 않는 성향을 지닌다. 바로 여기서 긴장이 시작된다. 정책과 인사, 그리고 정치적 판단의 여러 국면에서 미묘한 균열이 발생하고, 그 균열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서사로 확대된다.
 
특히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는 정치적 해석의 중심에 놓인다. 권력의 핵심과 가까운 위치에 있을수록, 거리의 조절은 더욱 어려워진다. 너무 가까우면 독립성을 잃고, 너무 멀어지면 신뢰를 잃는다. 이 책은 그 미묘한 거리의 문제를 하나의 드라마적 긴장으로 풀어낸다. 명시적인 충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은 것, 드러나지 않은 선택, 그리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 판단의 축이다.
 
손자병법은 “장수는 나라의 보배이나, 군주와 뜻이 맞지 않으면 위태롭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충성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과 판단의 일치 여부를 의미한다.
 
한동훈의 경우, 검사 시절부터 형성된 독립적 판단 구조가 정치에서도 그대로 작동하면서, 권력의 중심과 미묘한 긴장을 만들어낸다. 저자는 이를 개인적 갈등으로 축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도와 권력, 그리고 개인의 기준이 충돌하는 구조적 문제로 확장한다.
 
이와 함께 책은 현 국민의힘 집행부와의 관계도 중요한 축으로 다룬다. 정치 조직은 본질적으로 집단의 논리 위에 서 있다. 집단은 통일된 메시지와 방향성을 요구하며, 개별 인물의 독자적 판단은 때로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동훈은 이러한 조직 속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였고, 이는 곧 긴장으로 이어졌다.
 
정치적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견, 공천과 인사 문제를 둘러싼 시각 차이, 그리고 전략적 선택을 둘러싼 내부 논쟁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김경진은 이를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정치적 존재 방식의 차이”로 해석한다. 즉, 조직 중심의 정치와 개인 중심의 정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필연적 긴장이라는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은 “대국자하류(大國者下流)”라 했다. 큰 것은 낮은 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에서 이 말은 곧 유연성과 포용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동훈의 정치적 행보는 이러한 유연성보다는 기준의 일관성에 더 무게를 둔다. 이는 그를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신뢰의 근거가 되지만, 조직과의 관계에서는 때로 마찰을 낳는다.
 
책은 이러한 갈등을 감정적으로 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절제된 서술을 통해, 정치라는 공간에서 인간이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긴장을 드러낸다. 권력과의 관계, 조직과의 거리, 그리고 개인의 기준 사이에서 한동훈이라는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차분히 추적한다. 그 과정은 마치 서서히 긴장이 고조되는 드라마와 같다. 큰 사건 하나로 폭발하기보다, 작은 균열들이 쌓이며 결국 하나의 대본으로 완성된다.
 
여기서 ‘배신자’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한다. 그러나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과연 배신은 누구를 향한 것인가. 권력과 다른 선택을 했다는 이유로 배신이라 규정할 수 있는가, 아니면 자신의 기준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는가. 김경진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여지를 남긴다.
 
성경은 말한다. “의로움은 때로 외로움을 동반한다.” 다수와 다른 길을 선택하는 순간, 그 선택은 오해와 비난 속에 놓이게 된다. 한동훈의 정치적 여정 역시 그러한 경로 위에 있다. 그는 타협을 통해 갈등을 줄이기보다, 기준을 유지하며 긴장을 감수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이 선택이 옳은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 선택이 정치적 파장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손자는 “이기는 자는 먼저 이길 조건을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에서 그 조건은 단순히 힘이나 수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신뢰, 관계, 그리고 시간의 축적 속에서 형성된다. 한동훈의 경우, 강한 원칙이 분명한 장점이지만, 그것이 정치적 조건으로 어떻게 전환될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책은 특정 인물을 찬양하거나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대신 한 인간이 권력과 조직, 그리고 자신의 기준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으려 했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은 때로 충돌로, 때로 고립으로 나타나지만, 동시에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정치에서 원칙은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는가.
 
결국 '한동훈 이야기'는 갈등의 기록이자 선택의 기록이다. 대통령과의 관계, 집권 세력 내부의 긴장, 그리고 개인의 신념사이에서 형성된 이 시나리오는 단순한 정치 이야기를 넘어선다. 그것은 인간이 권력 속에서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를 묻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질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동훈 이야기
한동훈 이야기 (저자 김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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