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끝을 알 수 없는 장기전으로 치닫으면서 대한민국 제조 현장이 거대한 '원가 폭탄' 앞에 섰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공급 제한으로 타격이 큰 플라스틱 제조 중소기업과 포장재 가격 인상으로 배달 비중이 높은 외식업, 소매업 중심으로 경영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페인트는 이미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자동차와 건설업계도 경고음이 들릴 것으로 예고된다.
페인트 가격 인상...나프타 원재료 산업 '찬바람'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석유 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와 에틸렌의 단가는 지난달 20일 기준 톤(t)당 각각 1171달러, 142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말 대비 83%, 109.6% 폭등한 수치다.나프타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페인트 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노루페인트, 삼화페인트 등 주요 기업들은 줄줄이 제품 별로 20∼55% 가량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페인트 업계 관계자는 "원가 비중이 워낙 높아 이번 인상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인상안 철회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원재료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전 산업군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나프타 가격 상승은 타이어, 자동차용 플라스틱 부품 가격을 동시에 밀어 올린다. 창호, 단열재, 바닥재 등 PVC 기반 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공사비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헬륨(He) 공급 차질로 반도체 미세 공정의 '동맥경화'를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품 외관을 구성하는 플라스틱 가격 인상은 가전 업체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화장품 용기는 물론, 의류 제작 원가 상승으로 패션 뷰티 업계에도 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세한 중소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체들은 원가 부담으로 한계치를 넘어섰다.
중기부 조사 "가장 큰 고통은 물류 마비"…직권조사로 中企 보호
중기부가 접수한 '중동 전쟁 관련 중소기업 피해·애로 접수 현황'에 따르면 총 471건이 접수됐다. 피해·애로가 발생한 326건 중 운송 차질이 184건으로 전체 56.4%를 차지했다. 그 뒤는 △대금 미지급(74건·23%) △물류비 상승(114건·35%) △출장 차질(72건·22.1%) △계약 취소 및 보류(110건·36.5%) △기타(50건·15.3%) 등의 순이었다.
A 기업은 화장품 용기를 선발주했지만, 공급업체로부터 추가 발주 중단 통보를 받아 완제품 생산이 중단됐다. B 기업은 이달 이란에 제품을 생산해 선적 예정이었지만, 전쟁 이후 이메일, 전화 등 모든 연락이 두절돼 생산 여부와 대금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중기부는 지난 1일 즉각 비상경제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플라스틱 용기 납품대금 연동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플라스틱 용기 납품수요가 많은 핵심 업종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대상은 식료품 제조사, 음료 제조사, 커피 프랜차이즈 등 3개 업종의 총 15개 위탁기업이다.
직권조사 과정에서 원재료 가격 인상분 떠넘기기 등 불공정 거래행위가 적발되면 상생협력법에 따라 개선요구, 시정명령, 벌점 부과 등 엄중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한성숙 장관은 "중동전쟁 장기화로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경영부담이 증가하고 내수 침체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 최소화와 민생 안정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하고 정책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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