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병은 인스파이어 총주방장 "다시 찾고 싶도록 만드는 힘, 좋은 식사가 좋은 기억 만들죠"

  • 한식 전문 셰프의 리조트 F&B 총괄 이례적

  • 나물 가니시·발효음식 소개 등 새로운 시도

  • 대량 구매·전처리 등 통합운영 인프라 바탕…초기 고가서 '가심비' 메뉴 전환 매출 견인

  • 조리사만 200여명…항상 먼저 들으려고 해

  • 후배들에 '기본기·배우려는 자세' 항상 강조

좋은 식사는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게 하고 음식의 맛과 향은 그 공간을 향수로 기억하게 만든다 김병은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총주방장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좋은 식사는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게 하고, 음식의 맛과 향은 그 공간을 향수로 기억하게 만든다" 김병은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총주방장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인천 영종도에 자리한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5성급 호텔 타워 3개 동, 1만5000석 규모의 아레나, 실내 워터파크,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을 품은 초대형 복합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다. 이곳의 식음(F&B) 생태계 역시 거대하고 복잡하다. 캐주얼 다이닝부터 파인 다이닝, 푸드코트, 최대 3000명 규모를 수용하는 대규모 연회장까지 다채로운 시설이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이 거대한 조직의 F&B 생태계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리조트 창립 멤버인 김병은 총주방장이다. 서양 요리를 기반으로 한 셰프가 주를 이루는 체인 호텔 업계에서 한식 전문 남성 셰프가 초대형 복합 리조트의 총주방장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2023년 프리 오프닝 시기부터 합류해 대규모 식음 조직의 밑그림을 직접 그려온 그는 인스파이어 F&B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지향점을 '기억에 남는 완벽한 휴식'으로 정의한다. 

지난달 27일 리조트 내 시그니처 레스토랑 브라세리 1783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총주방장은 "여행지에서의 미식은 '활력'과 '향수'다. 좋은 식사는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게 하고 음식의 맛과 향은 그 공간을 향수로 기억하게 만든다"면서 "리조트 내에 아무리 훌륭한 콘텐츠가 많아도 음식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체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즐거움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다시 가고 싶다'는 좋은 기억으로 남게 하는 '미식 플레이케이션(Playcation)'이 우리가 추구하는 핵심"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병은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총주방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병은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총주방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경청과 소통의 리더십

현재 김 총주방장이 이끄는 조리 조직은 200명이 훌쩍 넘는다. 대규모 인원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그의 핵심 리더십은 '소통'과 '경청'이다. 그는 "제가 덩치도 있고 말을 안 하고 있으면 다들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 총주방장이라는 위치가 주는 무게감도 있는 것 같다"면서 "그래도 계속해서 많이 듣고 소통하려고 한다. 신입사원들에게도 편하게 얘기하라고 당부한다. 항상 먼저 들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후배의 취중 진담을 흔쾌히 수용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유연함도 갖췄다. 김 총주방장은 "한번은 회식 자리에서 약간 취기가 오른 직원이 '인사 좀 제대로 받아주십시오'라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알고 보니 그 직원이 고개를 숙여 인사할 때 제가 짧게 대답하고 지나간 게 오해의 발단이었다. 고개를 숙이느라 제가 인사받은 걸 미처 보지 못했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제가 지나가고 없었던 것"이라며 "그 이야기를 들은 뒤로는 직원들이 인사를 하면 의식적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기다린다. 꼭 눈을 맞추며 제대로 인사를 받아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후배 육성에 있어서 김 총주방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기본기'와 '배우려는 자세'다. 그는 "장시간 서서 일하는 주방 환경이기에 칼질을 하거나 작업할 때 삐딱하게 서 있는 등 사소해 보이는 자세 하나까지 처음부터 정확하게 배우도록 지도한다. 나중에 다른 곳에 가서도 '정말 잘 배웠다'는 말을 듣게 해주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직업을 대하는 내면의 태도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김 총주방장은 "호텔 주방은 정해진 메뉴를 생산하는 곳이지만 동시에 우리 각자는 자신만의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능인'"이라며 "같은 것을 가르쳐도 스스로 더 연구하고 열정적으로 덤벼드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본인만의 시간을 할애해 부딪치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확연한 역량의 차이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김병은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총주방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병은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총주방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소비자 니즈 '가심비' 사로잡으며 성과 견인

대형 복합 리조트의 F&B 운영은 도심 속 호텔과 결이 다르다. 김 총주방장은 "호텔 F&B는 사계절에 맞게 정해진 롤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복합 리조트는 카지노, 공연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있어 고정된 방식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고객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두고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최근 소비자의 주요 니즈인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는 인스파이어 F&B의 핵심 전략이다. 김 총주방장은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공간인데 가격은 많이 착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심비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은 국내 최대 규모 수준을 자랑하는 메인 키친 중심의 중앙 운영 시스템에서 나온다. 식자재를 대량 구매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전처리와 소스 생산 등을 통합 운영해 각 업장에 공급한다.

이러한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상황에 맞춰 '가격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김 총주방장은 "초기에는 서울 주요 호텔 수준의 고가 전략을 가져갔으나 운영 경험이 쌓이면서 방향을 바꿨다"며 "우선 더 많은 분이 우리를 알게 하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같은 노력은 전체 F&B 실적 견인으로 직결됐다. 인스파이어의 F&B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3% 성장했다. 김 총주방장은 "최근 현장에서도 매출 상승세를 확연히 체감하고 있다. 각 레스토랑의 고유한 특징과 색깔이 합리적인 가격 전략과 맞물려 고객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병은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총주방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병은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총주방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궁극적 목표는 '미식 플레이케이션'

김 총주방장은 한식 셰프 출신인 만큼 글로벌 미식에 한식 고유의 장점을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통 스테이크 하우스에 나물 가니시를 더해 친숙함을 주거나 한식 고유의 발효 문화를 적극 알리는 식이다. 김 총주방장은 "10년 전만 해도 발효를 썩은 음식으로 여기던 외국인들이 이제는 직접 맛보려 시도할 정도로 한식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전류를 메인 디시로 즐기고 비용 지불 없이 푸짐하게 내어주는 한국의 '한상 차림' 문화를 매우 흥미로워한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방문객에게 세심한 미식 경험을 선사하려는 노력은 인스파이어가 추구하는 핵심 정체성인 '플레이케이션'의 완성으로 직결된다. '플레이(Play)'와 '베케이션(Vacation)'을 결합한 이 개념은 휴식과 놀이를 동시에 즐기는 여행 방식을 의미한다. 

김 총주방장 역시 다채로운 식음 문화를 바탕으로 미식이 하나의 훌륭한 경험 요소로 자리 잡는 미식 플레이케이션을 올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궁극적인 목표로 꼽았다. 그는 "거대한 복합 플랫폼 안에서 인스파이어 F&B만의 색깔과 장점을 부각해 미식 경험 자체가 '정말 괜찮은 곳'이라는 확신과 좋은 기억으로 남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최근 다이닝의 성공 요인은 단순히 음식의 완성도나 맛을 넘어 편안함과 경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데 있다"며 "모든 F&B 요소가 하나의 흐름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고객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하고, 고객이 기대하는 미식을 완성하는 것이 인스파이어의 궁극적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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