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법정 1열] 고인 향한 조롱 영상.…어떻게 규제해야 하나

  • 유관순 열사·안중근 의사 희화화 AI 영상 확산

  • "사자모욕죄 도입 필요" vs "표현의 자유 보호"

21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안중근의사 순국 116주년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안중근의사 순국 116주년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1절을 앞두고 유관순 열사를 조롱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영상이 나와 공분을 샀다. 유관순 열사가 일장기에 애정을 표현하거나 방귀를 뀌는 등의 영상을 제작했고, 2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달 26일에도 안중근 의사 순국일을 맞아 이같은 영상이 또다시 등장했고, 틱톡에서 약 13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윤봉길 열사와 김구 선생 등 다른 독립운동가를 대상으로 한 악성 콘텐츠도 확인됐다. 

이런 영상은 고인(故人)을 악의적으로 희화화한다는 점에서 처벌의 대상이 돼야 하지만, 현 법적 제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 사이 콘텐츠 제작자는 악의적인 영상을 통해 수익을 얻고 삭제할 가능성도 크다. 

고인에 대한 모독을 했을 경우 가장 먼저 제시되는 혐의는 사자명예훼손죄다. 형법 308조(사자의 명예훼손)에 따라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허위의 사실 적시한 경우'만 처벌할 수 있다. 문제의 영상과 같은 AI 콘텐츠의 경우에는 영상이 사실인지, 허위 사실인지 구별하기 어렵고, 구체성이 없어 구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모욕죄는 어떨까. 형법 311조(모욕죄)에 따르면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판례를 보면 사자명예훼손과 달리 '사실을 적시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이라면 성립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모욕죄로 규제할 수 없다. 모욕죄가 보호하는 대상은 '생존하는 인물'로 한정하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는 정보통신망법 44조의2에 따른 정보의 삭제 요청을 통해서만 이를 규율할 수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플랫폼 측에 영상 삭제를 요청하고 조처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플랫폼에 영상이 업로드되면 빠르게 확산하면서 대중에게 소비돼 대응이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I 등의 디지털 기술 발달로 인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법적 규제는 미미한 상황이다. 지난해 4월에는 사자모욕죄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 발의된 바 있다. 당시 법안에 따르면 311조(모욕) 2항에 '공연히 사자를 모욕한 자도 1항의 형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법적 공백을 메워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만 규제를 논의할 때 표현의 자유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4월 정보통신망법상 사자모욕죄 신설에 대한 검토 의견을 낸 보고서를 보면 "사자 명예훼손 및 사자 모욕의 경우 주관적 해석에 따라 적용 범위가 과도하게 확장될 우려가 있으므로 범죄 성립 요건을 명확히 하기 위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정보통신망법상 사자모욕죄의 경우 "사자의 경우 인격권을 상실하는 측면이 있음을 고려할 때 사자모욕죄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면서도 국가유공자 등의 사자에 대한 무분별한 모욕이 없어질 수 없도록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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