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유류할증료 최대 3배…이게 정상 가격인가

일본 노선 유류할증료가 4만~5만 원에서 7만~9만 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뉴욕 노선은 편도 기준 30만 원 수준에서 50만 원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이 맞닥뜨린 ‘5월 유류할증료 33단계 진입 가능성’이다. 단순한 인상이 아니라, 제도 도입 이후 처음 맞는 최고 단계 충격이다.


 4월 발권 기준 유류할증료는 18단계로, 전달보다 12단계 상승하며 2016년 현행 체계 도입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의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편도 기준 최소 4만2000원에서 최대 30만3000원으로, 기존 1만3500원~9만9000원 대비 3배 넘게 뛰었다. 제주항공 역시 9~22달러에서 29~68달러로 3배 이상 인상됐다. 아시아나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이스타항공 등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이 변화는 곧바로 항공요금 상승으로 이어졌다. 일본 노선 왕복 항공권은 약 25만 원 수준에서 45만 원으로, 베트남과 태국은 30만 원에서 55만 원대로 상승했다. 미국 노선은 130만 원에서 250만 원 수준으로 뛰었고, 유럽 노선은 130만~14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까지 올라섰다. 상승 폭은 80%에서 많게는 100%를 넘는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는 단순한 유가 상승이 아니라 ‘요금 급등’에 가깝다.
 

대한항공은 우기홍 부회장 명의의 사내 공지를 통해 4월부터 비상경영 체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은 우기홍 부회장 명의의 사내 공지를 통해 4월부터 비상경영 체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상승 속도다.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인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MOPS)은 4월 적용 기준인 갤런당 326.71센트에서 최근 약 533센트까지 치솟았다. 상한선인 470센트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흐름이 이어질 경우 5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최고 단계인 33단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최고였던 22단계를 넘어서는 수치다. 한 달 사이 15단계가 오르는 이례적 급등이다.


이쯤 되면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유류할증료는 두달전 16일부터 전달 15일까지의 평균 유가를 기준으로 33단계로 나뉘며, 갤런당 10센트 단위로 단계가 상승하는 구조다. 이 체계는 유가 상승을 비교적 빠르게 반영하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소비자 가격 변동폭을 크게 만드는 특성도 지닌다.


여기에 또 다른 구조적 특징이 있다. 현행 규정상 33단계를 초과하는 유가 상승분은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 즉 일정 수준까지는 가격 인상이 빠르게 반영되다가, 그 이상에서는 항공사가 부담을 떠안는 방식이다. 가격이 점진적으로 조정되기보다 특정 구간에서 충격이 집중되는 구조다.


항공업계는 이미 대응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우기홍 부회장 명의로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언하며 연료비 급등 대응에 나섰고,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캄보디아 노선 일부를 감편하기로 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 등도 비용 절감과 공급 조정에 들어갔다. 고유가에 고환율까지 겹치며 항공사들의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 점에서 항공사 역시 단순한 ‘가격 전가 주체’로만 보기는 어렵다.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연료비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책정되는 구조에서 유가와 환율 상승은 동시에 경영 압박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제시한 기준 유가 220센트 대비 최근 급유 단가는 450센트 수준까지 올라선 상태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비상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체감 부담이 과도하게 커지는 현 구조에 대한 점검은 필요하다. 유류할증료는 기본 운임과 분리돼 부과되면서 가격 인상의 체감도를 키운다. 상승은 빠르고 크지만, 하락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느껴진다는 인식도 시장에 형성돼 있다.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유류할증료는 비용 보전이라는 기능을 유지하되, 가격 변동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총액 기준 가격 표시 강화, 산정 기준 공개, 하락 시 자동 반영 장치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5월 ‘33단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맞닥뜨린 위기는 항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행 가격 구조가 가진 한계를 드러낸 신호다. 시장은 가격 자체보다 가격의 방식에 더 민감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상 여부가 아니라, 그 구조에 대한 점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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