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전쟁 충격 이후 한국 금융시장의 이상 신호는 분명하다. 시장금리는 미국과 일본보다 훨씬 가파르게 뛰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가계와 기업으로 전가되고 있다. 단순한 글로벌 금리 상승이 아니라 한국 시장에 추가적인 위험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는 경고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말 대비 0.63%포인트 상승했고, 회사채 금리는 0.71%포인트 치솟았다.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의 장기금리 상승폭을 크게 웃돈다. 원·달러 환율도 더 빠르게 뛰었다. 한국 금융시장이 외부 충격을 과도하게 증폭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 충격이 은행 대출금리를 통해 실물경제를 직접 압박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상단 기준 7%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2021년 8월부터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고 사상 초유의 ‘빅스텝’까지 단행했던 긴축 정점기와 맞먹는 수준으로 대출금리가 다시 치솟았다는 의미다.
가계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대출 규제는 그대로인데 금리까지 뛰면서 상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연체율도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 BBB급 회사채 금리는 10%에 육박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차환 자체가 어려운 국면으로 밀려나고 있다. 금리 상승은 더 이상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 은행이 해야 할 역할은 ‘이자장사’가 아니라 충격 흡수다. 금리 상승분을 기계적으로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차주에 대한 금리 조정, 만기연장, 상환 유예 등 실질적인 완충 장치를 함께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은행은 금융중개기관이 아니라 위기를 증폭시키는 통로가 될 뿐이다.
금융당국의 책임도 무겁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가계부채 관리 강도를 더 높일 태세다. 방향 자체는 맞지만, 지금처럼 금리와 규제가 동시에 압박하는 국면에서 일률적인 ‘조이기’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미 현장에서는 정상적인 차환마저 막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감원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선의의 피해자’다. 전쟁과 유가, 환율은 개인과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그런데 시장금리 급등과 규제 강화가 겹치며 상환 능력이 있는 차주까지 한꺼번에 위험군으로 밀어 넣는다면, 이는 감독이 아니라 방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규제가 아니라 정밀한 감독이다. 금리 인상 전가 구조를 들여다보고, 가산금리의 적정성을 점검하며, 취약 차주 보호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제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와 고금리 전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한국 금융시장은 지금 단순한 변동 국면이 아니다. 미국보다, 일본보다 더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이익만 챙기고, 감독이 숫자만 조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에 돌아간다.
위기의 비용을 가장 약한 쪽에 떠넘기는 금융 시스템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지금은 금리를 올리는 속도보다, 충격을 줄이는 속도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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