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BTS아리랑에서 K-헤리티지 글로벌로] 지금 이 순간, 국가는 무대 뒤에서 시험받고 있다

BTS 공연은 단순한 대중음악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한 국가의 문화 역량과 산업 시스템, 그리고 공공 인프라가 총동원되는 종합 시험대다. 수십만 명이 한 공간에 모이고, 세계의 시선이 동시에 집중되는 순간, 무대 위의 아티스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 무대 뒤의 국가다. 지금 한국은 그 시험대 위에 서 있다.

문제는 공연의 성공 여부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국가가 이 거대한 문화 이벤트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다. K-팝은 이미 글로벌 산업이 되었고, BTS는 그 정점에 있다. 그러나 산업이 성장한 속도에 비해 이를 뒷받침하는 공공 시스템과 국가적 대응 역량은 충분히 진화했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직면한 핵심이다.

수십만 인파가 이동하는 교통, 숙박, 안전, 의료 시스템은 단순한 행정 지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도시 운영 능력과 국가 위기 대응 체계의 총합이다. 작은 혼선 하나가 글로벌 뉴스로 확산되는 시대다. 특히 K-콘텐츠는 한국의 브랜드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에, 공연 현장의 문제는 곧 국가 이미지의 훼손으로 직결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K-팝, K-드라마, K-푸드로 이어지는 K-콘텐츠는 이제 상시적인 글로벌 흐름이 되었고, 대규모 이벤트 역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개별 행사 단위의 대응에 머물러 있다. 시스템이 아니라 이벤트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문화 강국을 만들 수 없다.

일본은 대형 콘서트와 국제 이벤트를 통해 도시 단위의 운영 시스템을 축적해 왔다. 미국은 공연 산업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인프라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콘텐츠를 생산하면서도 이를 수용하는 도시·국가 시스템은 아직 그에 걸맞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콘텐츠 강국, 인프라 후진국’이라는 역설이 반복될 위험이 있다.

이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첫째, 대형 문화 이벤트를 ‘산업’이 아닌 ‘국가 프로젝트’로 인식해야 한다. 교통, 안전, 통신, 의료를 포함한 통합 운영 체계를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 기업 간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협력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행사 때마다 임시 대응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셋째, 문화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전용 공연장, 스마트 안전 시스템, 데이터 기반 인파 관리 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화려한 공연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관객이 이동하는 길, 머무는 공간, 안전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K-콘텐츠의 경쟁력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문화는 더 이상 예술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며, 산업과 외교, 브랜드를 동시에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다.

지금 우리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BTS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그 가능성을 지속 가능한 국가 경쟁력으로 전환할 것인가, 아니면 이벤트의 열기로만 소비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무대 위의 환호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제 시험받는 것은 무대 뒤의 국가다.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관계자들이 무대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관계자들이 무대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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