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법정 1열] 집단소송제 논의..."소비자 구제 효율성" vs "기업 경영 위축"

  • 증권 분야 한해 2005년부터 제한적 시행

  • 2020년 확대 도입 제정안에 재계 반대

  • 미국·유럽·일본 등 채택...국가마다 차이

세계소비자권리의날3월15일을 앞두고 1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단체 회원들이 소비자 안전 및 소비자 권익 확보를 위한 집단소송법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소비자권리의날(3월15일)을 앞두고 1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단체 회원들이 소비자 안전 및 소비자 권익 확보를 위한 집단소송법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집단소송제 지금 당장 도입하라." 

지난 12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 제정 연대'는 세계소비자권리의 날(3월 15일)을 맞아 청와대 앞 분수광장 앞에 섰다. 이들은 "수십년 전부터 집단소송법 제정을 요구해 왔지만 성과는 없었다"며 제정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이 집단소송제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유출된 정보는 총 3367만여건에 달했다. 당시 중소형 로펌들은 피해자를 모집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박정호 부장판사)의 심리로 13일 쿠팡 이용자 2000명이 쿠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이들이 제기한 소송의 형태는 '공동소송'으로 피해자가 직접 참여 의사를 나타내야 하고, 소송에 참여한 당사자만 판결의 효력을 얻게 된다.  

시민단체 등이 외치는 '집단소송'은 이와 다르다. 다수 피해자가 공통의 원인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 대표자가 손배소를 청구하더라도 피해자 모두가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한국에서는 증권 분야에 한해 2005년부터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쿠팡을 비롯한 개인정보 유출 등의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집단소송을 확장·도입해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집단소송제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구제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현행 민사소송제도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서는 개별 주체가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소송 비용 부담도 클 뿐더러 배상액이 적어 피해자의 참여는 제한적이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실질적인 배상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처럼 반복되는 집단적 피해를 막기 위해 기업에 책임 경영을 강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피해 규모가 클수록 기업이 책임져야 할 범위가 커지는 만큼 사전 예방 조치에 더 힘을 쏟게 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경영계의 우려도 적지 않다. 집단소송의 문턱이 낮아지면 남소(濫訴)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패소 여부와 관계없이 소송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소송 진행 사실 자체만으로 대외 신인도 하락의 위험이 있다. 

법무부는 지난 2020년 증권 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로 확대 도입하는 내용의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나 재계의 반대로 멈췄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비자기본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을 통해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도록 법령을 보완함으로써 충분히 피해 구제가 가능하다고 보기도 한다. 

해외 주요국은 집단소송제를 통해 소비자의 피해를 보호하고 있다. 제일 먼저 집단소송제를 도입한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분야를 제한하지 않고 다수 피해자가 있으면 집단 소송을 허용한다. 다만 다수의 피해자 중 제외 신청을 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구성원 전부에 판결 효력이 미치도록 하는 방식(Opt-out)을 취하는데, 이로 인해 국가 중 강력한 집단소송제로 평가받는다. 

유럽은 미국의 집단소송제를 일부 완화해 운용하고 있다. 미국의 Opt-out 방식을 채택하기보다는 직접 소송에 참여 의사를 표시한 피해자에게만 판결 효력이 미치는 가입 신청형(Opt-in) 방식을 채택했다. 

일본도 EU와 같이 가입 신청을 한 피해자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분쟁 해결 절차를 두 가지로 나눈 것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1차 단계에서는 피해 소비자에게 공통되는 쟁점에 대한 심리를 통해 확인 판결을 받고, 이를 토대로 2차 단계에서 개별 소비자의 권리에 대한 심리가 진행된다. 

한국에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집단소송의 적용 범위를 제한적·전면적으로 도입할 것인지, 미국의 Opt-out 방식인지 EU 등의 Opt-in 방식인지 등 해외 사례 검토를 통한 입법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집단소송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법무부는 집단소송제 도입을 민생 10대 법안 중 최우선 과제로 지정했다. 22대 국회에서도 총 11개의 집단소송제 입법안이 발의된 만큼 집단소송제 논의는 지속되고 있다.  

다만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기 위해 기업의 정당한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세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지난해 국회 입법조사처도 보고서를 통해 "제도의 특성상 소송 요건이 엄격하고 절차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며 신중론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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