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 실거주 예외 다주택자만…"1주택자가 더 불리"

  • 다주택 매물 전세 승계 허용...사실상 갭투자 가능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급매물 광고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급매물 광고 [사진=연합뉴스]



"5월 9일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급해진 1주택자들이 전화하는 빈도가 잦아졌다. 다주택자와 달리 1주택자는 기존 세입자가 있어도 무조건 실거주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A 공인중개사)

정부가 세입자 보호를 이유로 다주택자 매물에 한해 실거주 의무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1주택자 매물만 실거주 의무를 그대로 적용받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시장에서는 결과적으로 1주택자가 더 강한 규제를 받는 것 아니냐는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다.

12일 국토교통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및 보완 추진’에 따르면 세입자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다주택자 매물은 무주택자에게 매각하는 경우 전세 계약이 끝날 때까지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다. 세입자의 조기 퇴거를 유도할 경우 전·월세 시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예외를 둔 조치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은 지난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택 매수 후 일정 기간 내 실거주해야 하는 의무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 매물의 경우 세입자가 거주 중이어도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사실상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문제는 1주택자 매물은 이러한 예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다주택자 매물은 전세를 낀 매매, 이른바 ‘갭투자’ 형태의 거래가 가능해진 반면 1주택자 매물은 기존 규정대로 실거주 의무를 충족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실수요자인 1주택자가 오히려 더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는 불만도 나온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인 5월 9일을 앞두고 거래 일정이 촉박해진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종료일 이전에 계약을 체결한 뒤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하고, 잔금 일정 역시 기존 임차인의 계약 기간과 맞춰야 하는 등 거래 구조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일시적으로 무주택 상태를 만든 뒤 갈아타기를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나오자 1주택자들이 기존 매물을 서둘러 처분하려는 문의가 늘고 있다”며 “양도세 유예 종료 전에 거래를 마치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책 환경 역시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택 보유가 경제적 이익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가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규제 강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부모 부양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실거주가 어려운 1주택자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규제 설계가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남권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다주택자 매물에는 예외를 두면서 1주택자에게만 실거주 의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를 구분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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