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그림, 음원 등 실물자산을 쪼개 주식처럼 사고 파는 토큰증권(STO) 대중화가 머지 않았다. 최근엔 한돈(국산돼지)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STO 상품도 나왔다. 하나증권이 올초 내놓은 '한돈 가축투자계약증권 1호'다. 이 상품은 한돈을 기초자산으로 한 투자계약증권으로 청약률 282%에 달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강기범 하나증권 디지털신사업실장을 최근 만났다.
그는 STO 전략의 핵심을 "발행이 있어야 유통도 의미가 있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최근 STO 시장의 관심이 거래 플랫폼 경쟁에 쏠려 있지만 정작 시장에 공급할 '콘텐츠'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강 실장은 "지금은 플랫폼 경쟁보다 어떤 자산을 어떤 구조로 상품화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상품 설계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하나증권은 올해 데이터젠과 협업해 '한돈 가축투자계약증권 1호'를 내놨다. 자돈(어린 돼지) 500마리를 기초자산으로 사육부터 매각까지 사업 전 과정을 공동사업 구조로 설계한 상품이다. 투자자는 지분 비율에 따라 향후 매각 수익을 배분받는다.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11일까지 진행된 청약에서 모집 물량 1만812주(약 2억1624만원)가 개시 당일 전량 소진됐다. 최종 청약에는 약 6억1000만원이 몰리며 청약률 282%를 기록했다.
강 실장은 "실물자산 기반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신호"라며 "금융 구조를 결합하면 일반 투자자도 축산 사업에 참여할 수 있고 농가 입장에서는 새로운 자본 조달 창구가 열리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하나증권은 2023년 디지털 신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약 12명의 전문가를 투입해 STO 사업을 준비해 왔다. 상품 구조 설계부터 토큰 발행 인프라 구축까지 내부 역량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블록체인 분야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그룹 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의 기술 지원을 받아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다만 한돈 STO가 출시되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증권신고서 작성, 감독당국 협의,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 등 검토해야 할 절차가 많아 구상부터 출시까지 약 1년 반이 걸렸다.
강 실장은 당시 상황을 "목적지는 분명하지만 길이 완전히 닦이지 않은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제도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실무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토큰증권 시장의 제도 기반도 이제 막 정비되는 단계다.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을 허용하는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했으며, 약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7년 시행될 예정이다.
강 실장은 "제도가 정비되면 다양한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한 토큰증권 발행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하나증권은 한돈을 시작으로 공연, 영화, 재생에너지 등 현금 흐름이 비교적 명확한 프로젝트형 자산으로 STO 상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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