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법정 1열] 촉법소년 연령 하향되나…'범죄 예방' 기대·'낙인효과' 우려 공존

  • "청소년 범죄 증가·범행 수법도 흉포화" 찬성

  • "사회적 낙인…재범 위험성 증가할 수도" 반대

사진제미나이
[사진=제미나이]

올해 1월 남성 세 명이 길거리에서 주운 신용카드로 금은방에서 1095만원 상당의 금목걸이를 구입했다. 이들은 또 다른 금은방에서도 팔찌를 구매할 것처럼 착용해 보는 등 범행을 모의하다 업주 신고로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해 8월에는 '백화점 폭파 안내'라는 제목의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와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고, 확인 결과 허위 작성글로 밝혀졌다. 경찰은 6시간 만에 제주시에서 범인을 검거했다. 

두 사건은 개별 사건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범행을 저지른 이들이 모두 '촉법소년'이었다는 점이다. 형법과 소년법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형사법을 책임지지 않는 만 10세~14세 미만의 소년을 말한다. 이들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형사 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보호관찰 등의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  

최근 촉법소년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자 지난달 24일 법무부는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하향하는 방향을 보고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촉법소년 관련 국민 의견을 수렴해 2개월 내 결론을 도출하라고 지시하며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성인 범죄 못지 않게 심각한데도 형 감경 등 관대한 처벌"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청소년들의 신체 발달이나 인지 능력이 발달하면서 청소년 범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범죄 수법이 AI(인공지능), SNS 등을 통해 이뤄져 청소년 범죄가 흉포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법무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촉법소년의 범죄 건수는 2021년 1만1677건, 2022년 1만6435건, 2023년 1만9653건, 2024년 2만814건, 2025년 2만109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또 2021년에서 2025년 사이 성폭력 범행도 398건에서 739건으로 늘어나는 등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이 성인 범죄에 못지 않다고 주장하는 측면도 있다. 

1953년 제정된 현행 형법은 만 14세 미만을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로 규정하고 있다. 촉법소년에 해당하면 형사 처벌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소년법에 따라 형을 감경하는 등 관대하고 처벌이 이뤄지고 있어 촉법 소년 연령을 하향해 범죄를 예방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동 회복·사회 복귀 측면에서 제도 축소 결정 신중해야"
하지만 연령 조정을 통한 소년들의 형사 처벌 확대에 대해 우려하는 측면도 있다. 먼저 소년 범죄 예방에 실효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6일 "소년범죄 예방에 실효적이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도 "소년 범죄 흉포화와 촉법소년 증가라는 현상과 연령 하향을 통해 범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양 측면에서 명백한 근거가 존재해야 한다"면서 "소년범죄의 흉포화와 촉법소년 증가라는 현상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에 아동의 회복과 사회 복귀 측면에서 소년사법 제도 축소는 신중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일부에선 '사회적 낙인과 재범 위험성 증가'를 주장하기도 한다. 발달 단계에 있는 청소년이 성인에 비해 교정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되면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사회 복귀는 어려워지고 오히려 더 심각한 범죄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외에도 국제인권기준이 형사 책임의 최저 연령을 14세로 권고하고 있어 하향할 경우 역행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마다 다른 기준…14세는 한국·독일·스페인 등 69곳
해외에서는 국가마다 촉법소년 연령이 각기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대다수 주에서 형사 책임 연령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일부 규정하고 있는 주에서는 7세 미만에서 14세 미만까지 다양하게 설정하고 있다. 

일본은 '사키카바라' 사건을 계기로 소년범죄에 대한 처벌 요구가 확산됐다. 1997년 14세 소년이 초등학교 초등학생을 무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2000년도에 소년법 개정을 통해 형사 책임 최저 연령을 16세에서 14세로 상향했다.

프랑스는 12세까지 형사 책임을 피할 수 있게 했으며, 12~13세 촉법소년은 범죄 성격에 따라 달리 처벌받게 된다. 중국은 2020년 형법을 최저 연령을 12세로 낮췄다.  

덴마크는 2010년 형사 책임의 최소 연령을 15세로 낮췄다가 소년범죄 억제라는 효과가 없자 2012년 15세로 다시 상향하기도 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14세를 기준으로 하는 국가는 독일, 스페인, 대만 등 총 69개국이 있다. 
 
"현행 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먼저 면밀히 점검해야"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에 집중하기 보다 중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 조정을 통한 형사 처벌의 확대가 소년범죄 발생의 근본적 원인에 대응하는 실효적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소년의 건전한 육성이라는 소년사법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도 "중장기 종합 대책 논의 없이 특정 쟁점에만 집중할 경우 실효성 있는 사회적 보호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현행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행 제도 운영 실태 점검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변은 6호 처분 대상 아동의 치료 보호 시설의 운영 실태나 소년 분류심사원의 기능 및 환경, 우범 소년 제도 운영 방식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