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동산시장 안정을 향한 확고한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5월 9일로 만료되는 양도세 중과 유예조치의 네 번째 연장 가능성에 대해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언론과 여론의 간극도 확인하고 있다. 극우로 전열을 정비한 제1야당과 ‘보수’ 언론은 예견되었던 극렬한 반대를 보이고 있다. 시장은 점차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이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재지주’ 문제를 거론하면서 헌법 제121조의 “경자유전의 원칙”을 소생시킬 의지를 천명했다. 자본주의 경제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부동산 사유재산권에 대한 규제가 필수적임은 서구와 한국의 자본주의 역사는 물론 경제이론의 변천사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되고 있다.
토지의 사유재산권이 자본주의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은 일찍이 18/19세기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에 의해 누누이 지적되었다. 이들은 모두 토지의 사유재산제를 경제성장의 걸림돌이자 사회갈등의 핵심요인으로 비판했다. “지주는 자신이 씨를 뿌리지 않은 곳에서 수확하고 자연생산물에 대해서조차 지대를 요구한다”는 아담 스미스의 비판은 잘 알려져 있다. ‘경제학의 아버지’ 는 지대를 토지소유주나 토지가 경제성장에 생산적으로 기여한 대가가 아니라 독점가격에 포함된 초과이익으로 규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담 스미스는 “지주의 이익은 언제나 소비자 및 사회의 이익에 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차액지대’의 발견자로서 리카도는 지대가 토지의 생산성 자체가 아니라 상이한 토지들 사이의 생산성 격차에서 발생하며, “지대는 토지사용의 대가로 지주에게 지불되는 토지생산물의 일부”이고 경제가 성장할수록 열등한 토지가 경작되면서 그 결과 지대가 상승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리카도의 이론적 기여는 “지대는 국가의 부가 증가한 결과이지 그것의 원인이 아니므로 지대 증가는 언제나 이윤 하락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로 집약된다. 부동산 가격상승이 의미하는 토지소유주의 이익 증가는 곧 생산적 축적의 방해이므로 결국 자본주의 침체의 원인이 된다는 의미이다. 스미스와 리카도의 지대론을 비판적으로 계승한 칼 맑스는 산업자본으로 대표되는 생산적 자본에게 토지의 사유재산제가 축적의 걸림돌임을 증명했다. 맑스는 토지 소유권을 자연 일부에 대한 독점으로, 토지가격은 “자본으로 환산된 지대”로 정의했다. 지대가 높기 때문에 토지가격도 높은 것이지 그 역이 아니다.
서울 명동 땅값이 높은 것은 명동 가게에서 벌 수 있는 월수입이 높아 월세(지대)가 높기 때문인 것이다. 토지소유권에게 분배되는 지대는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의 일부로서 생산적 산업자본이 수취할 잉여가치 일부를 비생산적인 지주가 이전받는 것이다. “토지소유권은 지주로 하여금 생산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잉여가치 일부를 수취할 수 있게 해준다.” 결론적으로, 고전경제학의 전통에서 볼 때 토지의 사유재산권은 일부 자본이 생산적인 용도로 이용되지 못하도록 비생산적인 용도에 묶이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결국 경제성장을 지연시킨다.
토지를 자본이나 노동과 함께 대등하게 생산에 기여하는 요소로서 인정한 것은 신고전파 경제학이다. 1870년대는 경제사적으로 자본주의가 경쟁자본주의에서 독점자본주의로 이행하기 시작한 시기이고 경제이론적으로는 고전학파가 신고전학파와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으로 분화되는 시기이다. 당시 경제공황은 물론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세력의 성장으로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가 사유재산제를 방어하는 경계를 토지소유까지 확장하면서 ‘생산요소설’이 등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본스(Jevons), 멩거(Menger), 왈라스(Walras) 등이 주도한 신고전학파의 ‘한계혁명’은 자본, 노동, 토지를 ‘생산요소’로 재분류하면서 각 요소가 생산에서 기여한 정도(한계생산)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는 주장을 폈다. 이 생산요소설은 오늘날 주류경제학 교과서에 실려 있다. 노동가치설에서 생산요소설로의 이행이 의미하는 바는 경제학이 가치의 생산이 아니라 성과(생산물)의 분배로 연구중심이 이동했다는 점이다. 신고전학파의 역할은 이 성과의 분배에서 토지에게도 동등한 지분을 부여한 데 있다.
토지소유(주)에 대한 고전학파의 비판은 당시 영국처럼 자본과 토지소유가 계급으로 분리되어 있을 때 강력한 실천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에 비해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에서는 자본주의를 ‘이식’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주계급이 청산되었다. 1949년 ‘농지개혁’을 통한 지주계급의 해체와 농지소유의 분산은 자본주의 성장을 위한 일차적인 필요조건의 충족이었다. 이 개혁은 당시 토지개혁을 마무리했던 북한과의 체제경쟁을 의식한 강제조치였지만 토지거래의 활성화와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의 억제(저곡가 정책)는 자본주의 성장에 필수적인 임노동자를 산출하는 ‘이농현상’을 촉진하고 산업자본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한국 자본주의 산업화의 진전은 도시지주계급의 성장을 동반해왔다. 이들은 토지의 독점적 소유를 기반으로 하되 농업생산이 아니라 산업생산이나 부동산 소유에 의존한다. 대부분의 산업자본에서는 산업생산에 기반하는 이윤동기 뿐만 아니라 부동산투기에 대한 관심이 병행되고 있다. 투기적 동기가 우세한 경우도 적지 않다. 재벌들의 ‘비업무용부동산’이 전형적이지만 신규투자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나 최근 지방기업마저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는 동기 역시 ‘지역인재 부족’보다 부동산 투기의 ‘지대추구 동기’가 강하다. 이 또한 국민경제 관점에서는 성장잠재력을 위축시키는 요인들이다. SK하이닉스가 높은 토지보상비용과 토지정비비용에도 불구하고 용인반도체산단을 고집하는 이유도 부동산 투기동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방이전에 반대하면서 유일하게 내세우는 ‘임직원의 지방근무 기피’ 명분 자체가 허구이기 때문이다. 지역에 짓는 새로운 공장에서 근무할 직원은 지방근무를 전제로 새로 채용할 것이기 때문에 ‘지방근무 기피’ 문제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부동산투기가 겨냥하는 경제적 이익은 ‘차액지대’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사유재산제 하에서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하겠지만 차액지대의 원인인 위치의 독점성을 가능한 한 완화하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일단 주택만을 놓고 볼 때, 지역별 위치지대를 결정하는 주거환경의 격차를 완화하려면 지역 일자리 창출을 출발점으로 하는 지역균형 발전이 필수적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주민의 삶의 질을 비교적 균등한 수준에서 달성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지역간 격차를 완화하려면 당연히 개선속도에 차이를 두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지방 주도 성장’의 요체일 것이다.
서울 아파트에 대한 수급독과점을 진정시켜 지방주택과의 격차를 완화하는 것이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핵심대책이다. 이에 가장 먼저 필요한 대책은 다주택 보유를 해소하여 투기적 수요를 근절하는 것이다. 향후 시장동향에 따라서는 보유세 인상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도 자가보유와 자가주거를 일치시키려는 시도는 과도적으로 가(假)수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자산불평등이 상당 기간 고착될 수 있다. 토지공개념은 경제이론적으로 본다면 자본주의가 사유재산제의 역동성을 잃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다. 사유재산권을 방패 삼아 ‘초과이익’을 장기화하고 생산적 자본의 축적을 저해하는 ‘부동산불로소득공화국’은 마땅히 타파되어야 한다. 부동산투기의 억제는 한국 자본주의의 사활을 건 “사유재산권의 한계”(헌법 제23조) 설정이자 자본주의 체제의 존립을 위해서 기생적인 분파를 제거하는 ‘한국 자본주의 구출작전’이다.
김호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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