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1·2차 상법 개정에 이어 3차 상법 개정안도 밀어붙이면서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 거버넌스와 경영권 분쟁에 특화한 대형로펌에 자문을 구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기라는 평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회사가 새로 자사주를 취득하면 1년 이내, 기존 보유분은 1년 6개월 이내에 소각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당은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본회의를 열어 3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1~3차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하면서 법조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주요 상장사를 거느린 30대 기업집단을 중심으로 대형로펌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로펌들은 상법과 경영권 분쟁 전문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꾸려 총력 대응에 나섰다.
법무법인 율촌은 앞서 1월 '2026 정기주주총회 프리뷰'를 통해 "올해 정기주총 3대 요소로 상법 개정, 스튜어드십 코드, 행동주의펀드를 꼽을 수 있다"며 "기업들이 상법 개정에 대응한 세밀한 정관 변경과 독립이사·감사위원 확대에 대비한 경쟁력 있는 인재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집중투표제 도입에 따른 이사회 '뉴페이스' 진입이다. 이사 선임을 개별적으로 투표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선임 이사 수만큼 투표권이 주어지는 만큼 행동주의펀드·소액주주연대가 제안한 인사가 이사회에 합류할 공산이 크다. 특히 대주주와 특수 관계인 지분율 총합이 30% 이하일 때는 이사회 내 소수의견을 넘어 경영상 주요 판단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입지가 확대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이로 인해 이사회의 경영상 판단 방향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나도 법무법인 대청 변호사는 "과거에는 최대주주가 오너십을 가지고 기업 경영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상법 개정 이후로는 이사회가 대주주보다 전체 주주 이익을 생각하며 경영상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며 "주주들의 권리 행사가 넓어지는 방향으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행동주의펀드에 대응해 기업들이 소액주주를 한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IR 활동이 급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철웅 법무법인 태평양 거버넌스솔루션센터 변호사는 "기업이 행동주의펀드 등에 대응해 대주주 쪽에서 유능한 인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기 위해 소액주주를 설득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행동주의펀드 등의 요구가 회사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기업들이 주주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재계에선 주주충실 의무의 모호함과 대법원의 이사 보수한도 의결권 제한 판결 등으로 인해 이사회 판단을 놓고 법원 판결을 구하는 ‘법원 경영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의 신속한 경영상 판단이 늦춰지면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다.
3차 상법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사모펀드와 경영권 분쟁에 취약해지면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국민연금 눈치를 보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국민연금이 국내 상장사의 주요 주주인 상황에서 대주주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연금과 그 뒤에 있는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사회에도 정부 입김이 닿는 인사가 진입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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