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아리랑’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으로 축소된다. 남는 것은 구조다. 우리는 지금 하나의 분기점에 서 있다. 이 장면을 일회성 문화 이벤트로 남길 것인가, 반복 가능한 체계로 전환할 것인가.
BTS는 문을 열었다. 세계는 그 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 뒤에도 머물 수 있는 이야기와 시스템이 준비돼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감동은 순간이지만, 신뢰는 반복에서 만들어진다.
한국이 남겨야 할 것은 성공 사례가 아니다. 차트 기록과 매출 수치는 곧 다른 숫자로 대체된다. 남겨야 할 것은 태도와 구조다.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전통, 강요하지 않아도 연결되는 문화, 닫지 않기에 확장되는 플랫폼. 이것이 BTS가 보여준 방식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문화 성과를 산업 지표로만 평가하려는 유혹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문명 코드로 작동하는 문화는 단순한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다. 그것은 반복 속에서 체화되고, 신뢰 속에서 축적된다.
광화문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박물관은, 학교는, 도시는 어떤 서사를 품어야 하는가. 무대 위의 공연을 넘어 일상 속에서 반복될 수 있는 구조가 설계돼야 한다. K-헤리티지는 특정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와 제도, 교육과 기술 전반을 관통하는 과제다.
AI 시대에 문화는 데이터가 된다. 기록되지 않은 감정은 학습되지 않고, 구조화되지 않은 기억은 확장되지 않는다. 우리는 집단 기억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 단순한 아카이브로 둘 것인가, 아니면 다음 세대가 다시 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설계할 것인가.
BTS 이후 한국이 남겨야 할 것은 더 큰 스타가 아니다. 다음 BTS는 가수가 아닐 수도 있다. 게임 개발자일 수도 있고, AI 연구자일 수도 있으며, 전시 기획자나 교육 혁신가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장르가 아니라 구조다. 감정을 반복 가능하게 만드는 설계, 해석의 여백을 허용하는 태도, 참여를 전제로 한 플랫폼이 핵심이다.
문화는 유행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문명은 시간을 만든다. BTS는 시간을 여는 단서를 남겼다. 이제 그 시간을 설계하는 일은 한국 사회의 몫이다.
BTS ‘아리랑’ 이후, 한국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곧 K-헤리티지의 미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