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공직자의 자녀 채용 청탁 금지, 법의 공백을 메우는 출발점 삼아야

공직자가 민간 기업이나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인을 채용하도록 하거나 계약·포상·장학생 선발 등에 개입하는 행위를 금지·처벌하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그동안 청탁금지법은 ‘민간의 공직자에 대한 청탁’을 규율해 왔지만, 정작 공직자가 민간에 행사하는 부당한 영향력은 직접적 처벌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하지 못했다. 반복돼 온 자녀 취업 청탁 의혹과 각종 특혜 논란은 이 제도적 공백을 드러내 왔다.

공직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적 권한이다. 이를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부적절 행위를 넘어 공정 질서를 훼손하는 문제다. 특히 채용, 계약, 평가, 장학금 지급과 같은 영역은 기회와 직결된다. 공직자의 지위가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작동하는 순간 시장의 자율성과 사회의 신뢰는 동시에 흔들린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명문화해 금지하고 형사 처벌 근거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부정 청탁을 들어준 공직자에 대한 형벌을 상향하고, 이해충돌방지법을 보완해 고위 공직자의 민간 활동 이력과 가족 관련 기업 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조치 역시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필요한 방향이다. 공직 사회의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법 개정의 실효성은 집행의 공정성에 달려 있다. 법의 권위는 일관성에서 나온다. 특정 사안에 대해 여론의 압력에 따라 엄격해지거나 완화되는 집행은 또 다른 불신을 낳을 수 있다.

또한 공직자의 정당한 정책 협의나 공공 목적의 소통까지 위축시키지 않도록 금지 범위와 구성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과잉 해석은 행정의 정상적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 부정 청탁과 정당한 업무 수행을 구분하는 기준이 분명해야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공직 윤리는 선언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법과 제도가 최소한의 경계를 설정하고, 그 위에서 공직 문화가 변화해야 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돼 온 사적 부탁과 영향력 행사는 이제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공직은 개인의 인맥을 활용하는 자리가 아니라, 공공의 신뢰를 관리하는 자리다.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6년도 반부패 청렴정책 추진 협력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이명순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128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6년도 반부패, 청렴정책 추진 협력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이명순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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